산업단지 가동률 상승세 생산·수출 기지개..회복판단은 일러
2009.04.28 17:53
수정 : 2009.04.28 17:53기사원문
지난 2월 전국 국가산업단지 가동률이 5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한 것은 경기가 회복 국면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기업들의 실물(펀더멘털)이 강해지지 않아 일시적 상승에 그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3대지표(가동률 생산 수출) 동시 상승세
2월 전국 국가산업단지 가동률은 전달보다 0.4%포인트 올라 지난해 9월 86.6%를 기록한 후 4개월 동안 진행된 하락세를 마감했다.
특히 2월 생산액이 전달에 비해 5.6%나 늘어난 28조5592억원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같은 달 산업단지 수출액도 전달보다 2.9% 늘어난 108억7100만달러로 나타나는 등 산업단지 3대 지표가 한꺼번에 상승세로 전환됐다.
업종별로는 기계·석유화학 업종을 제외한 운송장비, 철강 등 대부분의 주요 업종에서 생산과 수출실적이 상승세로 전환되면서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경북 구미산업단지에 몰려 있는 전기전자 업종의 경우 전달보다 생산액은 16.6%, 수출액은 10.4% 늘어나는 등 상승세를 이끌었다.
중국 등 주요수출국의 경기부양 효과로 휴대폰, 디스플레이 수출이 크게 늘면서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의 공장가동률, 생산액, 수출액이 크게 늘어난 게 1차적인 요인이다.
산업단지공단 중부지역본부(구미)에 따르면 구미 지역에 몰려 있는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LG디스플레이, LG전자 등의 2월 생산과 수출 실적도 전달보다 각각 23%, 12% 늘어났다.
지식경제부도 최근 ‘정보기술(IT) 산업 수출입동향 보고서’에서 지난 2월 휴대폰 전체 수출이 전달보다 7.7%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대기업들의 수출이 늘어나면서 공단에 입주한 협력업체들이 바빠지고 있는 점도 향후 경기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구미지역 1000여개에 이르는 협력업체들은 작년 연말에 부도위기까지 몰렸으나 최근 밀려드는 일감에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
중국, 미국 등 주요 수출국들이 일제히 경기부양책을 펼친 점도 우리 경기 상승을 부채질했다.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농촌에서 가전제품, 자동차를 구입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하향(下鄕)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임종인 조사연구실장은 “전기 전자 업종이 중공업, 조선, 자동차보다 경기 회복세가 빠른 편”이라며 “최근 고환율로 인한 기업들의 가격경쟁력 상승도 생산, 수출 증가에 한몫했다”고 말했다.
■기계, 석유화학 찬바람…본격 상승 아니다
하지만 이 같은 반전이 지난 1월 최악을 기록했던 지표와의 상대적 차이일 뿐 본격적인 경기 상승 국면에 접어든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최근 중국 수요 급등에 따라 전자업종을 중심으로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는 것은 맞지만 77.2%를 기록한 공장 가동률은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12월 76.6%와 비슷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란 지적이다.
여기에 수출, 생산의 경우 전기 전자 업종은 크게 늘었지만 계절적 요인이 작용하는 석유화학, 기업들의 설비 투자 위축으로 기계 업종은 하락세를 계속 이어갔다.
기계업종이 주류인 경남 창원단지는 전달보다 수출과 생산이 각각 8.4%, 1.0% 줄었고 계절적 비수기인 석유화학 업종이 많은 전남 여수단지도 수출이 18.3%가 줄어들었다.
한국산업기술대 노성호 교수(경제학)는 “지난 1월 수출비중이 상당히 떨어진 점으로 비춰 볼 때 이번 수출증가율이 오름세를 기록한 것에 경기가 호전됐다고 판단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설 연휴 등으로 조업일수가 적었던 1월에 비해 정상 조업일수가 2∼3일가량 늘어난 것도 지표 상승에 영향을 끼쳤을 뿐 경기상승 신호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중소기업연구원 이창민 책임연구원은 “2월의 경우 조업일수가 늘어나서 그것을 감안하면 실물 경제가 나아졌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며 “본격적인 반등 시점은 4·4분기나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통계청 산업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9%, -9.9%를 기록했다.
/yangjae@fnnews.com 양재혁 이재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