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한국에선 통하지 않는다?

      2009.05.06 17:01   수정 : 2009.05.06 16:51기사원문
‘어떤 전염병도 한국에선 통하지 않는다.’

최근의 상황만 놓고 본다면 이런 말을 해도 될 것 같다. 인플루엔자A(신종플루)의 확산 속도가 갈수록 거세지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전염병 경보 수준을 최고 단계인 6단계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한국에선 감염 의심 환자가 갈수록 없어지고 있다.

■사실상 진정 국면 접어든 한국

신종플루라는 ‘불청객’이 국내를 찾은 것은 지난 달 27일. 질병관리본부가 신종플루 감염 의심환자를 1명 발견하면서부터다. 이후 감염이 의심된다는 신고가 쏟아지고 추정환자(감염 가능성이 큰 환자)가 3명까지 늘어나면서 국내에도 신종플루 공포가 엄습하는 듯했다.

그러나 6일 0시 현재 상황은 감염자 2명, 추정환자 1명 뿐이다. 그간 신고를 한 161명 중 149명이 음성(정상)으로 판명났다. 나머지 9명에 대한 검사가 진행 중이지만 이들도 단순 감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보건당국이 주목하던 시기도 사실상 끝났다. 보건당국은 당초 신종플루 바이러스의 잠복기(일주일)를 감안하면 지난 4일께에는 다른 환자가 추가로 발생할지의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첫 신종플루 환자의 귀국일이 4월 26일이었으니 벌써 10일이 지났다. 첫 환자 발생 이후에는 보건당국이 입국시 검역을 강화하고 있어 감염자가 들어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질병관리본부 전병율 전염병대응센터장은 “첫 환자와 같이 귀국한 분들의 경우는 소강국면으로 보고 있다”면서 “전문적인 기준에 의하면 잠복기가 지났기 때문에 그분들의 감염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사망자가 나오고 있는 외국과는 달리 국내 감염자들은 모두 건강한 상태로 퇴원하고 있다. 지난 4일 첫번째 감염자가 퇴원한 데 이어 두번째 감염자도 이날 오전 10시께 퇴원했다. 퇴원은 곧 “더 이상의 증상이 없고 타인에게의 전파 위험성도 없다”(국군수도병원 최강원 내과 과장)는 얘기다. 그만큼 신종플루의 독성이 약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한국이 전염병에 강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조류인플루엔자(AI) 등도 한국에선 거의 피해를 주지 못했다. 2003년 출현한 사스는 30여국가의 8000여명을 감염시켜 8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AI는 2005년부터 2년간 70여명의 사상자를 낸 악성 전염병이다.

한국이 특히 전염병에 강한 이유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없다. 정부는 인플루엔자 모니터링과 검역체계가 세계적으로 우수하다는 이유를 댄다. 신종인플루엔자대책위원회 박승철 위원장(삼성서울병원)은 “치료 단계 방역면에서 우리나라는 전 세계 최강”이라면서 “인플루엔자 환자 모니터링과 그 결과를 활용한 대응 체계는 세계보건기구(WHO)도 이미 우수성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진실 여부는 따져봐야 하지만 한국인들이 거의 매일 먹다시피 하는 김치의 효능 덕분이라는 주장도 있다.

■떨고 있는 세계 각국

그러나 다른 나라의 사정은 한국과 사뭇 다르다. 신종플루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WHO에 따르면 5일 오후 4시(이하 현지시간) 현재 공식 확인된 신종플루 감염자 수는 1490명이다. 5일 오전까지만 해도 1124명이었지만 반나절 만에 300명 넘게 늘어난 것이다.

멕시코가 822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 403명, 캐나다 140명, 스페인 57명, 영국 27명, 독일 9명, 뉴질랜드 6명, 이탈리아 5명, 프랑스와 이스라엘 각 4명, 엘살바도르 2명 등의 순이었다. 스위스, 덴마크, 콜럼비아,오스트리아, 아일랜드, 홍콩, 코스타리카,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에서도 감염자가 각 1명씩 확인됐다.

특히 겨울철로 접어드는 남반구 국가들이 더욱 공포에 떨고 있다. 인플루엔자는 통상 겨울철에 가장 활발하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들은 신종플루 유입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예방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위생보건 시설이 전반적으로 낙후돼 있어 감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WHO는 신종플루에 대한 경계수준을 현 5단계에서 최고수준인 6단계로 격상시키는 방안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
‘대유행’(Pandemic)을 뜻하는 6단계는 WHO 경보 체계 도입 이후 한번도 발동된 적이 없다.

/star@fnnews.com김한준 조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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