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용 오물분쇄기 허용 가닥 ‘파장’
2009.06.10 22:10
수정 : 2009.06.10 22:10기사원문
서울시와 정부가 국내에서 사용이 금지된 주방용 오물분쇄기(사진·디스포저)의 허용 움직임을 보이면서 음식물쓰레기처리기(이하 음처기) 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주방용 오물분쇄기는 싱크대에 부착해 음식물쓰레기를 미세 규모로 갈아 하수구로 흘려보내는 장치다. 지난 1995년까지 국내에 2만4000여대가 보급됐으나 악취 발생과 수질오염 등의 문제를 일으켜 현재는 사용이 금지됐다.
10일 서울시와 환경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음처기 업체들이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음처기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는 가운데 그동안 환경 문제를 이유로 사용이 금지되어 온 오물분쇄기의 재사용을 관계당국이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는 최근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보다 편리해 주민의 호응이 높은 주방용 오물분쇄기 보급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올 초 노원구 191가구에 주방용 오물분쇄기를 시범설치했고 강서구 아파트단지에도 시범운영을 추진 중이다.
주민의 편리와 하수관 퇴적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주방용 오물분쇄기 시범설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환경부도 지난달 관련 공청회를 연 데 이어 올 연말께 주방용 오물분쇄기의 허용 여부와 조건과 절차 등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 음처기 업체들은 건조식, 분쇄식, 미생물식 등 기술개발 투자를 통해 신제품을 대거 출시했으나 오물분쇄기 사용이 허용되면 소비자가 대거 이동해 위기를 맞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음처기 업체인 A사 사장은 “오물분쇄기 사용이 허용되면 그동안 중소기업들이 어렵게 만든 음처기 시장이 충격을 받을 것”이라면서 “잇단 도산 사태로 음처기 업계가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B사 사장도 “이미 오물분쇄기 제품을 수입 유통하는 업체가 5∼6곳 있지만 전혀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음처기 제조업체 모임인 한국음식물처리기업협회는 이날 “음처기는 가격도 저렴하고 건조된 음식물쓰레기의 이동이 쉬워 퇴비 원료로 사용이 가능해 친환경적”이라며 “현행 하수도법에 따라 불법 오물분쇄기 제조업체들을 엄격히 단속해야 한다”고 강력한 입장을 밝혔다.
음처기 업체들은 음처기가 편리해 정부의 음식물 재활용이란 환경정책에도 부합해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 3년 전부터 잇따라 시장에 진출했다.
올 들어 루펜리가 30만원대 프리미엄급 건조식 신제품을 내놓았고, 웅진코웨이도 이르면 이달 안에 분쇄건조 방식의 음처기 ‘클리베’를 출시할 계획이다.
음처기 업계 관계자는 “음식 쓰레기 분리수거와 자원재활용이란 정부 정책에 부합해 음처기를 차세대 생활가전 아이템으로 판단, 연구개발과 투자에 나섰는데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 때문에 업체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yangjae@fnnews.com 양재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