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살때 헤어진 아들 한시우씨 찾는 현순자씨
2009.06.14 17:31
수정 : 2009.06.14 17:31기사원문
“죽기 전에 우리 아들 얼굴 한번만 볼 수 있으면 소원이 없겠어요. 이제껏 하루도 아들 생각을 잊어 본적이 없습니다.”
현순자씨(70)가 두 살때 헤어진 아들 한시우씨(현 48세)를 애타게 찾고 있다. 현재 광주광역시 도암동에 거주하는 그가 하나뿐인 아들과 헤어진 이야기는 이렇다.
지금으로부터 49년 전인 1960년 현씨는 경기도 연천군 전곡에 살던 21세 때 중매로 한광식씨(작고)를 만나 결혼했다. 결혼 후 사촌 동서집에서 약 1년을 살다 방 한 칸에 부엌이 딸린 근처의 오두막집으로 이사를 하게 됐다.
“출산 두달을 남겨두고 남편은 군에 입대를 했고 아들을 그집에서 낳았어요.” 그렇게 현씨가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는데 남편 한씨가 군에서 탈영을 한 것. 어느날 집에 찾아와서는 무조건 돈을 내놓으라며 폭행을 일삼았다. 당시 현씨는 남편으로부터 많은 괴롭힘을 당해 몸에 상처도 많았고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아들 때문에 참고 살았다고 한다.
“그후 어느 겨울이었죠. 경기 성남 남한산성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남편 한씨를 찾아 갔더니 제게 다짜고짜 돈만 달라고 했어요. 또 아마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취임식날이었을 겁니다. 갑자기 집으로 찾아와서는 이유도 없이 마구 폭행을 하기도 했어요. 하는 수 없이 저는 고향인 충청도 괴산으로 내려갔습니다.”
1개월 후 현씨는 아들이 너무 보고싶어 살던 집으로 찾아가 보았다. 아들은 있었지만 남편은 아들을 절대로 내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아들을 달라며 마당에서 무릎을 꿇고 애원도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들에게 “엄마가 돈많이 벌어 다시 찾으러 올게”라고 말하고는 하는 수 없이 집을 나왔다. 그리고 7개월 후 아들이 너무 보고 싶어 다시 가보니 그때는 아이가 없어진 것. 남편 한씨도 보이지 않았다.
“이후 1977년, 온갖 수소문 끝에 남편을 서울 종로에서 만난적이 있어요. 아들 시우가 있는 곳을 물으니 어느 부잣집 누나집에 맡겼다고만 했어요.” 그래서 이름도 모르는 그 누나집을 찾아다녔고 전국의 복지관, 경찰서 등 45년 동안 오로지 아들을 찾아 헤맨 것. 아들이 경기 의정부의 어느 부잣집으로 입양됐다는 이야기만 전해 들었을뿐 여전히 찾을 길이 없었다.
“시우는 어릴적 무척 영리한 아이였어요. 몸에는 배꼽 밑에 탑처럼 생긴 붉은 점이 있고 귀에서는 고름이 나고 아파 오랫동안 치료를 받기도 했어요.”
현씨의 한가지 바람은 아들을 찾아 함께 옛날에 살던 경기도 연천 임진강 근처 오움리에 살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평생 아들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유일한 낙으로 살아온 현씨. 어릴적 아들과의 짧았던 옛 추억이라도 찾아 그 숨결을 느껴보고 싶은 듯보였다.
/dksong@fnnews.com 송동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