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장 사칭 나이지리아 사기단 적발

      2009.07.22 22:19   수정 : 2009.07.22 22:19기사원문


나이지리아 현지 사기조직과 연계, 유엔 사무총장 등을 사칭해 국내 불특정 다수에게 사기 메일을 발송한 뒤 거액을 챙긴 나이지리아 사기조직이 처음으로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는 22일 사기 혐의로 국내 총책인 C씨(31·나이지리아인)와 국내 조직원 T씨(34·나이지리아인) 등 2명을 구속하고 공범인 임모씨(25·여)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C씨 등은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나이지리아 현지 ‘419(사기범죄 관련 나이지리아 법 조항 번호) 사기조직’과 연계, 유엔 사무총장을 사칭해 ‘이전에 당한 사기 피해금을 보상해 주기로 결정됐다’는 등의 사기 메일을 국내 불특정 다수에게 발송한 뒤 피해자 K씨(45) 등 3명으로부터 8000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C씨는 회화지도비자(F-2)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영국인 행세를 하며 서울의 모 외국어학원에서 원어민 강사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범 임씨 등은 C씨 등이 국내로 불법입국할 수 있도록 허위 초청하거나 범행에 사용된 휴대폰, 인터넷전화 등을 개설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유엔 사무총장 명의로 ‘유엔에서 이전에 사기당한 건에 대한 보상으로 10만달러를 지급키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문건을 정교하게 위조해 e메일을 발송했으며 피해자가 속았다고 판단될 경우 피해자 명의로 발급된 10만달러짜리 위조수표 사본을 발송하는 등의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자신들이 거액의 유산을 물려받게 되는 미성년자인 것으로 가장, 피해자가 속을 경우 정교하게 위조된 ‘후견인 등록 확인서’ ‘상속금 예치 증명서’ 등을 송부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의 사기 메일에 속은 피해자들은 대부분 영어 사용이 가능한 지식층이었다”며 “피해자들이 사기를 당했다는 창피함으로 인해 신고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영어권 국가인 우리나라는 나이지리아 ‘419 사기조직’의 선호대상이 아니었으나 인터넷 사용인구 및 영어 사용 가능자가 증가함에 따라 우리나라가 이들 조직의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다”며 “피해자 추가 파악 등 여죄 수사와 국가정보원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현지 조직에 대한 수사를 전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나이지리아 ‘419 사기’는 1980∼90년대 나이지리아 출신 사기꾼이 영국과 미국 기업에 엉터리 사업안을 적은 편지와 팩스를 보내 선금을 가로챈 것이 시초가 됐으며 최근에는 인터넷을 이용한 비자금 세탁, 국제기구의 보상 등의 사기 메일을 발송해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편취하는 사기행각을 일컫는다.

/pio@fnnews.com 박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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