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위 “유신시절 긴급조치 인권침해 심각”

      2009.09.01 11:12   수정 : 2009.09.01 11:12기사원문
“정부가 돼먹지 않아 학생들이 들고 일어났다”고 말해 징역 10년을 선고받는 등 이른바 ‘막걸리 보안법’에 의한 인권침해가 유신 시절 빈번하게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1일 긴급조치 사건 판결문 1412건 가운데 유신체제와 긴급조치에 항의하는 지식인 등의 처벌 비율이 32%, 일반 국민들의 일상적 발언을 ‘유언비어 유포’라는 명목으로 처벌한 비율이 48%에 이른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이번 조사에 대해 “판결문에 한해 정리한 것으로 입건돼 실제 수사를 받았으나 기소되지 않아 법원판결에 이르지 않은 예비검속차원의 탄압 사례는 수천건에 이를 것”이라 추정했다.

특히 긴급조치 4호 발동으로 체포돼 조사를 받은 사람은 1024명으로 이 가운데 253명은 비상군법회의에 송치됐으며, 이 중에는 법원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인혁당계 8명이 사형을, 이철 등 민청학련 주모자급이 무기징역을, 나머지 인사들은 징역 5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고 진실화해위는 덧붙였다.

이날 진실화해위가 재심을 권고한 ‘우리의 교육 지표 사건’은 1978년 당시 전남대학교 국문학과 송기숙 교수 등이 ‘국민교육헌장’의 비민주성을 비판하고 유신체제를 반대하는 학생들의 대량징계를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서 ‘우리의 교육지표’를 작성해 AP통신, 아사히신문사 등에 배포한 사건이다.


송 교수는 이로 인해 유언비어 날조유포와 사실왜곡 전파 등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징역 4년, 자격정지 4년을 선고받고 1년여를 복역한 뒤 석방됐다.

또 진실화해위는 ‘추영현 반공법·긴급조치 위반사건’에 대해서도 재심과 긴급조치로 인한 인권침해가 자행됐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교육을 실시할 것을 국가에 권고했다.

‘추영현 반공법·긴급조치 위반사건’은 1974년 당시 일간스포츠사 편집부 차장으로 근무하던 추영현씨가 북한실정 및 민청학련 관련 발언을 했다는 혐의(긴급조치 1·4호 위반)로 징역 12년이 확정, 4년 3개월을 복역한 사건이다.


김준곤 상임위원은 “유신정권의 긴급조치는 헌법에 부여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이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들을 위한 구제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재임 중이던 1974∼1979년 사이 총 9차례에 걸쳐 발동된 ‘긴급조치’는 헌법적 효력을 가진 특별조치로, ‘평양에 지하철이있다.
컬러TV가 있다’는 등의 발언만으로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한 엄격한 조치였다.

/hong@fnnews.com홍석희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