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의 잘못된 공사 2제/ 남상인 부국장 겸 산업1부장
2009.09.10 21:17
수정 : 2009.09.10 21:17기사원문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는 금융거리 조성을 위한 보도블록 교체 공사가 한창이다. 하반기에 시작한 이 공사는 규모나 형식 면에서 연말이면 늘 반복하는 연례적인 공사와는 크게 다르다.
과거 보도블록 교체 공사는 맨 땅에 모래를 깔고 다진 후 벽돌형 블록을 깔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가로 세로 55×30㎝, 두께 3㎝ 정도의 대리석이나 화산석 블록을 설치하고 있다. 두께의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해 블록 밑에 콘크리트를 두껍게 치고 그 위에 다시 모래를 덮고 블록을 얹어 블록이 하중에 견딜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시공 중인데도 강도가 약한 화산석 블록은 깨진 곳이 여러 곳 눈에 띈다. 블록 사이의 틈새는 시멘트 페이스트로 메워 가로수의 생존에 필요한 수분 공급이 몹시 어려운 구조여서 문제가 많다. 빗물이 스며들 수 있는 맨 땅은 가로수 주위에 조성된 폭 1.5m, 가로수당 1∼2㎡ 규모의 화단뿐이다.
차도는 아스팔트가, 보도는 블록과 콘크리트가 이중으로 빗물 침투를 가로막고 있다. 가뭄이 들면 물 부족으로 굵은 은행나무나 느티나무 등의 가로수가 쉽게 말라 죽을 것 같다. 넓지만 얇은 보도 블록 또한 오래 견딜 것 같지 않다. 보도를 화려하게 꾸미는 것은 좋지만 나무가 살지 못하는 보도가 된다면 예산낭비일 뿐이다.
더구나 서울시는 자연친화적 환경을 위해 한강둔치나 여의도 샛강 주변에까지 많은 돈을 들여 생태공원이나 습지를 조성하고 있다. 결국 시가 장소에 따라 자연 친화적 공간과 자연 악화적 공간을 함께 조성하는 셈이다.
보도교체 공사 못지않게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선 국회의원들이 ‘개헌 공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망치로 회의장 문을 부수고 의사당 안에 잠자리를 마련하고 거리를 누비는데는 쉽게 뜻이 맞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의사 일정이나 개원 합의는 좀처럼 하지 못한다. 이런 사람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개헌공사를 들고 나왔다. 민생 관련 법 개정까지 내 몰라라 하는 의원들이 뜬금 없이 최고 권력 구조개편과 같은 어려운 문제를 풀려고 한다.
이원집정부제로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거나 대통령 중임제 개헌이 바람직하단다. 이런 바람잡이 안조차도 힘의 분산 또는 집중 성격으로 다소 상반된다. 의원들이 노는데만 열중하다 보니 대통령직이 일을 너무 많이 해야 하는 자리여서 걱정이 앞서는 것 같다.
정권이 바뀐 지 2년 동안 개원조차 제대로 못했던 국회가 이원집정부제를 말하며 양원제 국회를 주장한다. 국민은 하나뿐인 국회마저도 부담스러워 하는데.
속도전이 필요한 글로벌 경쟁 시대에 개원도 못하는 국회를 양산해서 어쩌자는 것인지? 어느 세월에 시급한 국가 중요 현안을 결정하겠다는 것인지 답답하다. 의원들의 끝 없는 이기주의와 탐욕의 속내를 보는 것 같다.
대통령제도 단임제가 좋다. 반대자의 입장에선 대통령이 5년만 기다리면 바뀌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중임제를 해서 보기 싫은 대통령을 계속 봐야 한다면 반대측 국민은 홧병으로 제명을 다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사람이 긴장과 집중 상태에서 국사를 돌보는 데는 5년이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또 그 자리에 한 번 더 있어봤자 효율성보다는 더 오래 했으면 하는 독재적인 유혹만 커질 뿐이다.
국민은 국회의원 임기조차 4년 단임으로 제한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이제 의원들도 역발상이나 사고의 180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의 대의 민주주의는 통신이나 정보기술(IT) 문화가 발달되기 전인 옛날 로마 시대의 유물이다. 더 좋은 제도가 있다면 굳이 이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 이제 전자기술의 발달로 직접 민주주의를 쉽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직접 민주주의를 관리할 공정한 기관이나 기구만 만든다면 입법부를 송두리째 없애고 중요한 일은 국민의 직접 참여를 통해 다수결로 공정하게 결정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 많다.
당리 당략적인 무능한 국회의원들을 뽑고 입법부를 유지하는 것보다 적은 돈으로 제대로 된 민의도 수렴할 수 있다. 덤으로 정치인들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까지 날려 보낼 수 있다.
우리 국회가 직접 민주주의에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제 투입비 대비 생산성을 따지는 효율성을 생각할 때다. 북한의 황강 댐 무단 방류로 6명이 죽었는데도 늘 그렇듯 국회는 침묵하고 있다. 여의도에서 벌어지는 2개의 프로젝트가 잘못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