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염전에 세워진 보석, 당진 파인스톤CC
2009.10.22 09:24
수정 : 2009.10.22 09:24기사원문
▲ 파인스톤CC 클럽하우스 전경 |
좀처럼 볼 수 없는 진풍경에 넋을 잃은 채 가르마 같은 황금 벌판의 곧게 뻗은 논길을 헤치고 또 다시 10분여를 달리자 이번에는 허허벌판에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푸른 숲이 나타난다. 목적지인 파인스톤CC. 충남 당진군 송산면 무수리에 위치한 이 골프장은 석문 방조제가 조성되기 전까지만 해도 질 좋은 천일염을 생산해내는 염전이었다. 염분 때문에 함초(일명 칠면초) 외에 어떠한 식물도 자라지 못한다는 폐염전이 전장 7388야드, 18홀의 골프 코스로 새롭게 탄생된 것이다.
이 골프장을 만드는데 자그만치 1000억원이 투입되었다고 한다. 토목공사가 제 아무리 까다로운 산악형 코스라 할지라도 총 공사비가 대략 600억원 가량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두 배에 가까운 공사비가 들어간 셈이다. 천문학적 양의 흙으로 배토를 한 다음 1만3300주의 소나무를 비롯해 다양한 조경수를 식재한 것이 공사비 과다 지출의 원인이라 한다. 바로 그러한 노력 때문인지 작년 5월 개장 이후 지금껏 고사(枯死)한 나무가 단 한 그루도 없다. 거기다가 홀 전체를 따라 흐르는 맑은 호수는 물고기들의 좋은 서식지가 되고 있다. 따라서 폐염전이라는 선입견으로 코스가 황량할 것이라는 생각은 애당초 버리는 게 좋다.
물론 코스 자체는 플랫트하다. 그렇다고 난이도까지 낮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경기도 광주시 렉스필드CC를 조성하면서 환상의 호흡을 맞춘 (주)인성골프셜계연구소와 잭 니클라우스 골프 디자인의 수석 디자이너 톰 펙(미국)이 각각 코스와 조형을 담당한 이 골프장은 대형 폰드를 따라 조성된 아일랜드홀이 몇 개 있는데다 126개의 벙커가 코스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바짝 긴장하지 않으면 안된다. 게다가 그린의 언듈레이션과 미세한 브레이크까지 ‘산넘어 산’이어서 방심은 금물이다.
페어웨이는 중지, 티잉그라운드는 켄터키블루그래스, 그린은 벤트그래스로 조성되어 있다. 다만 파3홀은 켄터키블루그래스로 조성해 사계절 푸르름을 유지케 했다. 전홀에 걸쳐 라이트시설이 되어 있어 혹서기에는 시원한 서해 바람을 맞으면서 쾌적한 야간 라운드도 가능하다. 또한 골퍼라면 누구나 주중, 주말 구분없이 인터넷을 통해 예약이 가능하다. 비회원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흔히들 회원제가 아닌 골프장에 대해 약간 폄하적 뉘앙스로 대중골프장이라 부르는데 양식이 있는 골퍼라면 파인스톤CC만큼은 결코 그렇게 부를 수 없을 것이다.
국내 골프 코스에서 보기 드문 하드웨어를 갖고 있음에도 회원제를 고집하지 않은 것은 이 지역 출신인 오너의 ‘아름다운 골프 문화 정착’이라는 대의 때문이다. 개장일 수입금 전액을 소년, 소녀 가장 및 불우이웃돕기에 전액 기부한 것은 바로 그 일환이다. 내장객 1인당 1000원을 적립해 사회복지기금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인근 4개 시군에 거주하고 있는 골퍼들에게는 지역주민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접근성 또한 빼어나다. 현재 분양중인 122세대의 골프 빌리지 타운하우스에 대한 관심 고조의 일차적 원인도 바로 그 때문이다. 우리나라 10대 아름다운 포구에 선정된 성구미, 서해 일출이 장관인 왜목마을, 도비도 해양 체험, 함상공원, 삽교호 관광단지, 그리고 아미망루 등 관광 명소가 주변에 즐비하다는 것도 타운하우스에 대한 급관심 요소다. 그러나 파인스톤CC를 다시금 찾게 하는 가장 강력한 견인차는 돌아 오는 길에 서해대교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주는 커다란 감흥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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