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생 어문학 진학 20%도 안돼/ 이기훈 대학생명예기자

      2009.11.03 16:27   수정 : 2009.11.03 16:27기사원문


외국어 고등학교(이하 외고)는 정말 사라질 것인가.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지난달 9일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외고를 사교육 열풍의 진원지로 지목하며 외고 폐지론에 불을 붙였다.

실제 중학교에서 외고나 과학고등학교(이하 과고)를 지망하는 학생은 대부분 학원이나 과외와 같은 사교육을 받고 있다. 사교육의 이유는 많지만 두 가지 정도로 분류될 수 있다. 먼저 중학교 내신을 잘 받기 위해서다. 대개 공부를 어느 정도 한다는 학생들이 외고를 지망하기 때문에 같은 학교 내에서도 내신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같은 중학교 내에서도 내신 성적을 더 잘 받기 위한 ‘눈치 작전’이 있을 정도. 두번째는 외국어 성적 때문. 대부분의 외고는 외국어(대부분 영어) 성적 우수자 전형이 있고 이에 지원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공인 외국어 성적이 필요하다. 또 영어듣기 등의 영어시험 수준이 중학교 수준을 상회해 합격을 위해서는 영어 사교육은 필수로 자리잡았다.

외고의 설립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사교육은 내신을 위한 사교육이다.
외고는 외국어에 소질과 적성이 있는 학생을 선발해 외국어 영재를 양성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비단 외국어뿐만 아니라 전 과목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학교로 변질됐다. 외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이 수학, 과학을 새벽까지 공부하는 모습은 원래는 낯설게 느껴져야 할 이야기지만 요즘에는 당연시되고 있다.

외고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는 명문대 진학률을 외고 선호의 이유로 꼽는다. 실제 2008학년도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입학생 가운데 외고 출신 학생이 입학정원의 7.65%, 23.63%, 22.68%를 차지했다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내놓은 결과는 이를 충분히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큰 문제점이 있다. 외고를 졸업한 후에 대학에서도 외국어를 공부하려는 학생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한 자료에 따르면 외고 졸업생 가운데 대학에서 어문학을 전공하는 학생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일선 외고에서는 버젓이 의대나 치대 입학을 독려하기도 한다. 외고의 설립 목적이 흔들리는 이유다.


사교육 열풍의 이유로 외고 하나만을 꼽기는 어렵다. 그러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는 법 없듯 부정적으로 비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최근 사교육 열풍의 진원지로 외고가 꼽히는 이유는 그 동안 외고가 스스로의 정체성과 관계 없이 운영돼 왔다는 세간의 지적이 아닐까 싶다.

/freeche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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