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형 CEO’ 기업은 만사형통

      2009.12.14 17:30   수정 : 2009.12.14 17:30기사원문


30여년간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대기업 오너로 성공한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재계의 대표적인 ‘소통’ 경영자로 손꼽힌다. 강 회장은 자신이 평범한 샐러리맨이었을 때 느꼈던 애환 등을 직원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자주 갖는다.

강 회장의 소통은 신입사원 채용에서부터 시작된다. 강 회장은 지난달 말 2박3일간 1000여명의 응시자 전원에 대한 심층면접을 한 사람도 빼지 않고 일일이 진행했다. 그는 면접 과정에서 “학창시절 왜 이리 공부 안했냐”, “자기소개서에 쓴 경험이 무슨 도움이 됐느냐”는 등 상세하게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가졌다. 사람 장사가 결국 기업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강 회장의 지론에서 이 같은 파격행보가 시작됐다. 강 회장은 최근 한 조사에서 샐러리맨들이 가장 닮고 싶은 경영자에 손꼽히기도 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 오너 경영자들이 상명하복식의 일방통행 경영에서 벗어나 격이 없는 ‘소통 경영’을 확산하고 있다.
이 같은 재계 오너들의 열린 경영은 최근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직원 간 대화가 빨라진데다가 지시보다는 자유로운 ‘창조 경영’ 분위기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재계 오너들은 권위의식을 벗어 던지고 직원과 눈높이를 맞추는 소통 경영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은 지인들의 만류로 그만뒀지만 최근까지도 수행비서 없이 혼자 사업장으로 출장을 다녔다. 비서진에 의해 포장된 출장을 다니는 것보다는 현장의 생생함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은 박 회장의 바람이 컸다. 또 박 회장은 이달 초 취임 이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선 “유럽 출장 때는 입맛이 맞지 않아 호텔에서 혼자서 컵라면을 자주 끓여 먹는다”며 털털한 심성을 보여줬다. 서울대병원장 출신인 박 회장은 부하직원들에게 깍듯히 존댓말을 해서 ‘재계의 신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박용만 ㈜두산 회장은 이달 초 아이폰을 지주사 직원들에게 제공키로 하면서 “아이폰 신청한 분들 축하드립니다. 잘 하신거예요. ㅋㅋㅋㅋ 경험자로서 하는 얘기입니다”라고 트위터에 글을 올려 직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신입사원부터 관계사 경영진들까지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간에 자르지 않고 듣는 것으로 유명하다. 본인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란다. 최 회장은 허례허식 없이 직원들과 즐겁게 소통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취임 10돌 기념식 자리에서 느닷없이 임직원들에게 큰 절을 했다. 그룹 오너의 행동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파격이었다. 최 회장은 또한 SK 로고송을 회사 간부들과 직접 불러 직원들에게 배포했다. MP3와 청바지를 즐기는 최 회장은 몇 년 전에는 신입사원이 읽을만한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만화 ‘미스터 초밥왕’을 추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전무는 지난 4월 아들과 함께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이 열린 잠실내체육관을 깜짝 방문했다. 이날 이 전무는 아들 지호군 그리고 회사 동료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았으며 VIP석이 아닌 일반석에서 8600여명의 관중들과 함께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파격행보를 보였다. 이 전무의 이 같은 행보는 가족경영을 추구하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내비쳐졌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부하 직원들에게 존댓말을 쓰며 함부로 대하는 적이 거의 없어 무척 겸손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정 부회장은 사장 시절에도 서울 청운동에서 열리는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부인과 자녀를 데리고 자신이 손수 운전할 만큼 소탈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 당시에 경영자로서 고뇌와 힘겨움을 감추지 않고 직원들에게 e메일을 통해 전달해 공감을 얻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인터넷기술의 발달로 보고체계가 간단해진데다 권위주의적인 기업 성향이 없어지면서 상명하복식 구태에서 벗어나 쌍방이 소통하는 경영방식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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