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직원평가지표’ 고객 확보에 큰 점수..영업戰 예고
2009.12.15 22:29
수정 : 2009.12.15 22:29기사원문
"국내 18개 시중은행의 직원 경영성과평가(KPI) 지표에 '영업확대'점수 배점을 많이 주면 된다."
은행권에서는 KPI점수만 높으면 안되는 일이 없다. KPI는 은행원들의 성과측정지표로 KPI에 따라 전국 지점 수만명 은행원 조직의 영업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 수백조원의 자산을 가진 은행권 KPI의 변화는 한국의 거시경제와 자금의 흐름도 바꿔놓을 수 있는 것이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2010년 영업대전을 치르기 위해 은행별로 KPI 조정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KPI 1000점 만점 비중에서 30%를 차지하고 있는 수익성과 15%를 차지하고 있는 건전성의 비중을 2010년부터 다소 높이기로 했다.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수익성을 기반으로 한 영업분야의 KPI 배점을 높일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KPI점수 만점(1000점) 중 '카드'관련 영업점수가 30점 신설됐다. 올 초 KPI 기준에서 자산확대 목표를 줄이고 수익성 관련 평가점수를 상향 조정했던 우리은행은 올해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 삭제시킨 카드영업관련 KPI점수를 내년부터 다시 만들기로 한 것이다. 우리은행은 과거 박해춘 전 은행장이 최고경영자(CEO)였던 시절, '우리V카드'판매에 KPI점수를 무려 100여점을 줘 당시 카드업계에서 순식간에 300만장을 판매하는 기록을 세울 정도로 총력 영업을 펼쳤었다.
신한은행의 경우 영업점 행원들에게 강조할 '전략 상품'과목으로 '퇴직연금'을 지정했다.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지난달 직원들에게 "퇴직연금 유치에 힘써 줄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신한은행은 또 자체 KPI인 'BSC'지표를 영업점마다 차등화해 '맞춤 성과평가'를 기획하고 있다. 일명 영업점 'BSC Pool제도'가 그것이다. 또 각 영업점도 지점특성에 맞게 KPI 항목 중에 카드, 펀드, 방카슈랑스 등 항목별로 가중치를 두어 전략적으로 영업하겠다는 뜻이다. 이럴 경우 천편일률적인 영업점 영업에서 카드전문, 보험상품전문, 펀드상품전문 등으로 영업의 전문화가 가능하다. 이 밖에 신한은행은 우량고객으로 일컬어지는 자산 1억원 이상 고객 비중에서 국민은행을 따라잡기 위해 올해 '고객기반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국민, 우리, 신한은행 등 '빅3'은행이 내년도 KPI점수에 '고객기반확대'를 주요 점수로 배정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고객확보를 위한 은행 간 '뺏고 뺏기는'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어서 올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하나은행도 리테일그룹 KPI 총점 1300점 중에서 고객기반 부문과 총판매 부문의 수익성 비중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기업은행 역시 고객에 대한 교차판매 확대 등 고객기반 확대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경영평가 배점에서 고객관리 부문에 비중을 높이고 예금, 대출, 비이자 관련 등 항목별 점수를 조금씩 줄여 기업은행의 질적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다.
한편 산업은행과 외환은행은 각각 투자금융(IB)과 외환분야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영화를 앞둔 산업은행은 경영성과평가 점수에 IB 분야가 대폭 강화된다. IB사업인 프로젝트파이낸스(PF), 인수합병(M&A) 주선, 각종 투자 등과 관련해 수익을 연결해주는 부서는 IB사업부와 똑같이 실적을 인정해주기로 한 것이다. 외환은행도 1000점 만점 KPI에서 퇴직연금 등 고객기반확대를 비롯해 그동안 강점이던 '외환' 분야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powerzanic@fnnews.com 안대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