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역사 개발사업 곳곳서 갈등

      2010.01.13 06:35   수정 : 2010.01.12 23:01기사원문


전국 주요 철도역을 대상으로 코레일이 벌이고 있는 민자역사 개발사업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각종 소송으로 사업이 장기화되고 일부 상가시설의 중복 분양 등으로 계약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데도 관리감독을 해야 할 코레일은 뒷짐만 지고 있다. 또 자금력이 떨어지는 기업이나 개인을 사업자 시행자로 선정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서울 노량진민자역사 사업협약 취소를 계기로 코레일이 직접 나서 사업추진 부실화 및 투자자 피해 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간사업자 선정에서 자금력과 사업추진 능력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고 사업자 선정 후에도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자역사 개발 놓고 곳곳 잡음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레일이 벌이고 있는 민자역사 개발사업 과정에서 일부 상가분양 등을 놓고 민간사업시행자와 계약자 간 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노량진민자역사. 노량진민자역사는 최근 투자자들이 사업시행자인 노량진역사㈜의 대주주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중 삼중의 중복 분양에다 계약자들이 납부한 분양대금 사용처도 오리무중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해에는 일부 투자자들이 노량진역사㈜를 상대로 상가분양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사업이 완료돼 영업 중인 서울 신촌민자역사(밀리오레)도 시행자와 상가 계약자 간에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이다. 사업 시행자가 계약자들로부터 상가 분양대금을 거뒀지만 일부 계약자들이 용처가 불분명하다면서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말 신촌밀리오레의 사업 시행자측이 계약자들로부터 상가 개발비를 거둬 임의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계약 약관을 무효라고 판정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민자역사 개발 과정에서 시공사도 몇 번씩 바뀌면서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서울 창동민자역사의 경우 당초 지난해 하반기에 준공, 개장할 예정이었으나 시공업체가 대우건설에서 대덕건설, 효성 등으로 바뀌는 바람에 공사가 지연돼 개장이 내년 하반기로 연기됐다. 서울 왕십리민자역사도 당초 2005년 개장 예정이었으나 사업시행사 재선정 등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2004년 착공해 지난해에야 문을 열었다.

■사업자 선정 등 관리감독 강화해야

이처럼 민자역사 개발 과정에서 잡음이 일고 있는 것은 코레일측의 민간사업자 선정 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민간사업자를 선정만 하고 관리감독을 철저하게 하지 않아 상가 분양대금을 사업시행자측이 임의로 사용하거나 중복분양 등으로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가뉴스레이다 선종필 대표는 “코레일이 자본력이 떨어지는 부실기업이나 개인에게 사업권을 주는 것이 민자역사 사업을 지지부진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며 “이렇다 보니 선분양과 중복계약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게 되고 결국 사업이 부실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코레일이 직접 운영권을 갖지 않고 단순히 공동투자를 통해 임대매각 사업 형식으로 운영을 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가 계약자 입장에서는 코레일의 안정성과 전문성을 믿고 투자하는 데 코레일은 사업자를 선정한 뒤에는 ‘나 몰라라’하는 식이어서 사업자가 전횡을 해도 통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민자역사의 개발과 상가 점포 구성도 현재 상가 분양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민자역사 대부분의 취급품목이 유사하며 최근 일반적인 추세와 다른 계좌분양형 점포 분양이 주를 이루고 있어 시장분석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계좌분양형 점포 분양은 과거 서울 동대문 등 테마 쇼핑몰 등지에서 인기를 끌다가 몇 년 전부터 공실 증가와 수익률 악화 등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shin@fnnews.com 신홍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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