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망울 터뜨리는 광양 매화마을

      2010.02.25 16:35   수정 : 2010.02.25 16:35기사원문
모진 한파를 뒤로하고 벌써 남녘에서 꽃소식이 들려온다. 광양(光陽)은 이름 그대로 빛과 볕의 도시. 우리나라에서 일조량이 가장 많은 곳, 따스하게 빛나는 햇살이 있다고 하여 신라 때는 '희양(曦陽)'으로 불리기도 했다. 해마다 3월이면 하얀 매화가 지천으로 피어 그 꽃과 향이 산을 넘어 섬진강을 뒤덮는다. 2월 중순 찾은 광양은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았지만 겨우내 숨죽였던 매화가 살짝 고개를 들어 손님을 맞고 있었다.

■고로쇠 수액채취 한창

섬진강 매화마을은 고로쇠 약수로 유명한 백운산 동쪽 자락에 위치한다. 행정구역상 전남 광양시 다압면 섬진리에 속한다. 섬진(蟾津)에는 두꺼비 전설이 전해진다. 고려 말 왜구가 하동 쪽에서 강을 건너 광양으로 침입하려 할 때 두꺼비 수만 마리가 섬진강 나루터에서 울어 왜구들을 쫓아냈다고 한다.


광양에선 지금 백운산 고로쇠 수액채취가 한창이다. '남도의 명산' 백운산을 끼고 있는 성불·어치 등 4대 계곡을 중심으로 채취한 고로쇠 수액은 전국으로 판매된다. 고로쇠 수액은 18ℓ들이 한 통이 6만원에 배달된다.

병풍처럼 광양을 둘러싼 백운산(1218m)은 신령한 기운을 간직한 영산.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와 호남벌로 뻗어나가는 백운산은 섬진강 550리 물길을 갈무리한다.

백운산 자락에는 옥룡사지가 있다. 지금은 절터조차 없어져서 복원조차 힘들어졌지만 옥룡사지는 신라 말기 승려인 도선 국사가 머물며 수백 명의 제자를 양성하다 입적한 곳이다. 옥룡사지에는 청자, 백자는 물론 수막새, 분청접시, 명문비편 90여점, 부도전지 등이 발견됐다.

옥룡사지 부도탑으로 향하는 길은 동백나무 숲으로 이뤄져 있다. 수줍은 듯 몇 개의 동백이 벌써부터 빨간 얼굴을 내밀고 있다. 지기가 너무 약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숲을 조성한 것인데 꽃이 울창할 때면 그야말로 장관이다. 동백나무 숲길 옆에 도선 국사의 사리가 모셔진 부도탑과 함께 거대한 불상이 보인다. 높이만 40m에 이르는 동양 최대의 청동약사여래불이 있는 사찰로 지어진지는 20여년 정도 된 운암사다.

도선의 이름을 딴 도선국사마을은 제대로 된 농촌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의 명물은 원님이 식수로 애용했다는 사또 약수터. 여기서는 다도, 도자기, 염색에 전통 손두부 만들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어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에게도 대단한 인기.

■꽃소식 가장 먼저 전하는 매화의 고장

매화를 빼놓고는 광양을 이야기할 수 없다. 해마다 3월이 되면 매화가 군락을 이루고 그 중심에는 매실 명인 홍쌍리 여사가 일군 21만여㎡ 규모의 청매실농원이 있다.

청매실농원은 매화나무 집단재배를 가장 먼저 시작한 곳. 이곳에는 매실을 담은 항아리 2500여개가 가지런히 정렬돼 있다. 봄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는 항아리 너머로 보이는 섬진강 풍경이 제법 운치 있다. 숙성연도를 표시하기 위해 돌을 올려놓은 장독에는 매실 된장, 매실 고추장 등이 봄볕의 사랑 아래 익어 간다. 매화와 매실로 만든 차, 술, 전, 장아찌 등 몸에 좋은 음식도 좌판대에 쏟아져 나온다.

1만 그루가 넘는 매화가 화사하게 피어날 때면 봄맞이 관광객들의 마음에도 새하얀 봄이 자리잡는다. 농원 중턱에 이르러 매화동산을 보면 청보리 치마를 차려입은 하얀 저고리 같다는 홍쌍리 여사의 표현이 그야말로 시구처럼 귀에 닿는다. 그는 매화를 딸처럼 느끼고 매실은 아들처럼 가슴에 와 닿는다고 했다.

백매화, 청매화, 홍매화가 어지럽게 뒤섞인 매화마을은 '서편제' '취화선' '다모' '바람의 파이터' 등 여러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였다.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 역시 이곳을 주 무대로 촬영됐다.

/mskang@fnnews.com 강문순기자

■사진설명=꽃축제 가운데 가장 먼저 열린다는 광양 매화문화축제가 다음달 13∼21일 다압면 매화마을 일원에서 열린다. 매화 축제는 올해 14회째로 100만명 이상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양 매화문화축제

꽃축제 가운데 가장 먼저 열린다는 광양 매화문화축제가 다음달 13∼21일 다압면 매화마을 일원에서 열린다. 매화 축제는 올해 14회째다.

축제에는 일본에서 매실나무 5000그루를 가져와 심은 율산 김오천 옹을 기리는 추모제를 시작으로 영상개막식, 매천 황현 선생을 주제로 한 창작무용극, 광양 매실 향토음식경연대회, 남해성 전국 판소리경연대회, 전국소년체전 씨름 전남대표 선발대회, 섬진강 꽃길 마라톤대회 등 70여개 프로그램이 펼쳐질 예정이다.

또 매화 꽃길 음악회, 매화 문학동산 시낭송회, 매화풍물단 및 남사당패 공연과 함께 올해 순국 100주년을 맞은 매천 황현 선생 소설 출판회도 열릴 예정이다. 체험행사로는 매실음식 만들기, 매화마을 유람하기, 구구소한도 그리기, 매실천연비누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올해 '문화예술의 르네상스 시대'를 선언한 광양시는 올해 100만명 이상이 축제를 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섬진강 둔치 주차장 외 인근 제방 2개소에 주차장을 추가로 준비했다.

■광양의 먹을거리

"이거 굴 맞아?" 어른 손바닥보다 더 크고 굴 껍데기가 벚꽃 핀 모양과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광양 벚굴. 민물·짠물이 교차하는 곳, 섬진강이 바다와 마주치는 광양 망덕포구 일대가 가장 유명하다.

매실과 관련한 음식은 옥룡면 백운산 자연휴양림 인근 광양향토음식체험장 '매화랑 매실이랑'에서 맛볼 수 있다. 매실을 이용해 만든 불고기샐러드, 비빔밥, 버섯탕수육 등 맛깔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좋은아빠 되기 등 요리체험 프로그램에도 참가할 수 있다. 식사와 체험행사 예약은 필수. (061)762-1330

백운산 아래 자생하는 참나무 숯과 한우 고기가 만나 유명해진 광양불고기. 놋석쇠에 부드러운 고기를 올려 구워내는데 말 그대로 고기가 살살 녹는다.
광양읍 주민센터 뒤편 금목서회관은 광양숯불고기의 순수한 맛을 제대로 지켜내 전남도 지정 남도음식명가로 지정된 곳. 광양에서 나는 산마늘잎(명이나물)과 깻잎말이, 묵은지, 매실장아찌 등 밑반찬도 깔끔하고 맛있다. (061)761-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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