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전 실종된 막내아들 신규진씨 찾는 강영자씨

      2010.03.07 17:53   수정 : 2010.03.07 17:53기사원문
강영자씨(65)는 아직도 밤마다 잠을 설친다. 막내 아들 심규진씨(당시 만 6세)를 잃어버린 지 이제 20년이 넘었지만 하루도 그날을 잊어본 적이 없다.

1988년 2월 15일. 서울 면목동에 살았던 강씨는 그날 피아노 학원에서 돌아온 규진이를 멀리서 바라봤다. 누나 손을 잡으며 어딜 간다고 말하는 듯 했지만 자세히 듣지 못했다. 바로 옆에 있던 누나 역시 별 생각 없이 규진이의 손을 뿌리쳤다. 규진이는 그때 “누나 안녕”이라고 말하며 대문을 나섰다. 규진이와 강씨 가족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파란 점퍼에 운동화를 신은 규진이는 그후 어디로 갔을까.

5일 동안 기다렸지만 아무 소식이 없자 경찰서로 신고했다.
경찰은 공개수사에 나섰고 방송국은 1주일 동안 규진이의 실종 소식을 전했다. 각지에서 규진이를 봤다는 제보가 전해졌다. 그때마다 강씨는 달려갔다.

“하루에도 수십 통 제보가 들어왔어요. 주로 섬 지역에서 전화가 많이 왔는데 곧바로 달려나갔죠. 나중엔 너무 지쳐서 뻗어버리기도 했지만 연락을 받으면 도저히 안 가볼 수가 없는 거예요. 만약 규진이면 어떻게 하나 그 생각 때문이에요. 만날 허탕이었지만 집에 있을 수가 없었어요. 정신적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레미콘 사업을 하던 규진이 아버지는 전국을 누비는 레미콘 차량을 통해 규진이를 찾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도 허사였다.

막내 규진이에 대한 가족의 사랑은 각별했다. 규진이 위로는 아홉 살, 열 살 많은 누나, 형이 있지만 강씨는 10년 만에 낳은 막내 규진이를 애지중지했다. 누나와 형은 강씨의 친정엄마가 키웠지만 규진이는 강씨품에서 직접 자랐다. 강씨는 매일 밤 규진이를 끌어안고 잤다. 규진이의 실종은 강씨에게 하늘이 무너지는 그런 슬픔이었다.

“한동안 웃는 사람들이 보기 싫어 문을 걸어 잠그고 집안에 갇혀 지낸 적도 있어요. 사람들을 만나기 싫었고 세상이 그냥 싫더라고요. 우울증 노이로제 이런 걸 달고 다니며 살았어요.”

규진이는 피아노를 잘 쳤고 뭐든 가르치면 금방 배우는 영리한 아이였다고 한다. 형이 보는 책은 뭐든지 따라 읽었다. 혼자서도 어디든 잘 다녔다.
혼자 집을 찾는 것은 물론이고 전화도 충분히 걸 수 있는 규진이지만 갑자기 충격을 받으면 모든 걸 잊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강씨는 지금도 마지막 희망을 놓치지 않는다. 규진이와 마지막을 함께 한 면목동 집은 아직도 그대로 있다.
강씨는 규진이가 기억을 더듬어 가족 품으로 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며 울먹였다.

/jins@fnnews.com 최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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