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KIKO 사태의 본질/배경일 수원대 금융공학대학원장
통화옵션상품(KIKO) 계약으로 큰 손실을 본 중소기업들이 이를 판매한 은행들과 소송 중이다. 외국의 파생상품 석학들이 증인으로 나오면서 소송이 이들의 대리전으로도 비춰진다. 최근 한 1심은 은행에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판단 요지는 계약조건이 불공정하지 않은 정당한 계약이라는 것이다.
상당한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은행이 고객과의 거래에서 지켜야 할 3가지 원칙이 있다.
특히 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불확실성이 커 고객이 심각한 손실을 입을 수 있는 파생상품을 판매할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첫 번째 원칙은 공정성이다. 위 판결에서 재판부가 주로 판단한 부분인 듯하다. 기업이 기대할 수 있는 수익과 은행이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은행의 관리비용을 감안하여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야 한다. KIKO의 경우에서는 환율 변동분포에 대한 가정에 따라 기대수익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다.
두 번째는 판매의 완전성이다. 은행이 상품을 판매하기 전에 그 구조와 위험을 충분히 설명하여 구매자가 이를 이해하여야 한다. 판매의 완전성은 원금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는 펀드상품에 대하여 여러 번 문제가 제기되어 독자들도 익숙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준수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마지막 원칙은 적합성이다. 적합성은 그 상품이 고객에게 적합한가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고객이 원한다고 해서 소득이나 재산이 없는 사람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해 주거나 대학생에게 수억원의 대출을 해주는 것은 적합성이 결여되었다고 할 수 있다.
비교적 일반화되고 이해하기 쉬운 선물환의 예를 보자. 100만달러를 수출하는 기업이 환율 하락으로 인한 수익하락을 우려하여 현재 환율로 고정하는 선물환 계약을 원한다고 하자. 이 경우 100만달러의 선물환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그 적합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환율이 하락하는 추세라고 하여 200만달러 또는 나아가 1000만달러의 선물환을 계약하는 것은 적합성이 결여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계약은 중소기업이 원하여도 은행이 판매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는 헤지가 아니고 투기여서 환율하락 추세가 계속되면 큰 수익이 기대되나 상황이 반전되면 큰 손해를 보고 심하면 도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KIKO의 예로 돌아가자. 일반적인 KIKO(풋옵션 1개에 콜옵션 2개로 구성)의 경우 100만달러를 수출하는 기업에는 헤지하고 싶은 금액의 절반인 50만달러만 KIKO에 가입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하면 충분한 헤지는 되지 못하나 환율이 급등하여도 큰 피해는 입지 않는다. 만약 전체 금액을 헤지하고 싶다면 KIKO보다는 100만달러의 선물환이나 손익이 일정 범위로 제한되는 범위선물환 등이 적합한 상품일 수 있다.
KIKO 사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소송에 참여한 중소기업들은 자신들의 (순)수출액에 비하여 과도한 금액을 KIKO에 가입한 기업들이다. 적합성이 결여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선진은행들은 기업 규모나 파생상품 수용 능력 정도에 따라 고객의 등급을 나누어 그에 맞는 파생상품을 판매한다. 파생상품 전문조직이 있어 가치평가를 할 수 있고 거래 경험도 풍부한 대기업에 권할 수 있는 상품과 파생상품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고 규모도 작아 리스크를 크게 지면 작은 시장충격에도 도산할 수 있는 중소기업에 권하는 상품이 달라야 한다. 미국의 투자은행 뱅커스 트러스트는 P&G사에 판매의 완전성과 적합성이 결여된 파생상품을 판매하였다가 소송을 당해 이사장이 사임하고 결과적으로 도이치방크에 합병된 사례도 있다.
중소기업 KIKO 사태와 같은 금융거래 문제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사법부의 판단이나 감독기능의 강화 등도 중요하겠다. 그러나 장기적이고 최선의 방책은 시장이 반응하는 것이다. IMF 외환위기를 비롯한 금융위기 시 중소기업 대출 회수에 있어서 은행마다 그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이번에도 유사한 KIKO 상품을 판매하였지만 판매의 완전성과 적합성에서 은행마다 차이가 있었다. 은행의 고객인 중소기업은 거래 은행이 이상의 3가지 원칙을 잘 준수하는지를 판단하여 시장을 통해 반응을 보여야 한다. 최근의 금융시장은 상당히 수요자 우위 시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