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종석 한양대 글로벌 경영전문대학원장을 만나다

      2010.06.17 18:16   수정 : 2010.06.17 18:16기사원문
■최신 경영사례로 맞춤 강의 “직장인 학생들 만족도 높죠”

"한양대는 전통적으로 '실용학풍'을 중시하는 대학입니다. 경영전문대학원(MBA)도 이 같은 학풍에 따라 시장이 원하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 겸 글로벌경영전문대학원장(57)은 몸이 세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 반세기를 넘긴 경영대학을 이끌어가는데다 한국형 MBA 14개 대학과 치열한 경쟁을 하며 살아남아야 하고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짬짬이 시간을 내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분초를 쪼개며 시간을 사용하는 1인3역의 보기 드문 사람이다.


"시장은 늘 빠르고 변화무쌍하게 바뀝니다. 학생들도 시장의 요구에 맞게 가르쳐야 현장에서 바로 지식을 활용할 수 있지요. 한양대 글로벌MBA는 시장 수요에 따라 커리큘럼을 새로 짜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예 원장은 경영대학 50주년을 맞은 지난해 '교육의 질을 높이자'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지난 2006년 MBA를 개설한 이래 그동안은 정원 채우기에 급급했지만 이젠 세월이 흘러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판단, 강의 수준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어야겠다는 구상에서다.

그는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우선 교수들의 강의 수준을 높여야 합니다. 그래서 교수들에게 학생들로부터 강의에 대한 피드백을 받게 한 뒤 학생들의 희망사항을 충분히 강의에 반영하고 '강의하는 강의법' 수업을 듣게 했습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교육의 질이 예전에 비해 훨씬 높아졌고 우수 학생 유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한양대 글로벌MBA는 고려대, 성균관대 SKK GSB, 카이스트 경영대학, 서울대에 비해 다소 늦기는 했지만 최근 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AACSB)로부터 경영교육 인증을 받았다. 글로벌 경영대학과 본격적인 경쟁을 펼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외국인 교수 4명을 영입한 데 이어 예 원장은 올해 직접 캐나다로 건너가 추가로 1명을 더 스카우트했다. 미셀 빈센트, 리 브레드포드, 김보영 교수 등이 이렇게 해서 영입된 국제 경영부문 교수들이다.

"한국의 경영교육도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식으로는 국제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한국 축구가 히딩크라는 걸출한 감독을 영입해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이루어냈듯이 MBA도 선진 경영교육 기법을 수입해 자극을 받아야 합니다."

예 원장은 이와 함께 현재 30% 수준에 머물고 있는 영어강의 비율을 5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든 교육과정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진행하기 위해서다. 자산운용 MBA는 5개 과목 가운데 3과목, 글로벌 YES MBA는 8개 과목 가운데 4과목, 방송통신미디어 MBA는 3개 과목 가운데 1과목, 글로벌 MBA는 45개 과목 가운데 7개 과목, 전략프로젝트경영 MBA는 5개 과목 가운데 2개 과목, 글로벌의료경영 MBA는 4개 과목 가운데 2개 과목을 영어로 강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국제화 프로그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개 외국 대학교와 교류 협정을 맺고 학생 교류를 시작했다. 예 원장은 이 같은 교류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을 자주 찾는다. 이젠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의 교류 협정도 맺고 있다. 그는 "얼마 전 프랑스의 대학에 가 보고 크게 놀랐습니다. 예전에는 모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나머지 프랑스에는 영어 강좌가 거의 없었는데 최근에는 영어 강좌가 많이 늘었습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기 위해 영어 강좌를 늘려야 하는 시대적 요구에, 문화적 자부심이 강한 프랑스도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고 설명했다.

한양대 글로벌 MBA에도 영어 강좌 비율이 50%로 늘어나면 해외 학생들의 유학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국내 학생도 영어에 보다 익숙해짐으로써 외국에 나가 손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학교 측은 예상했다.

한양대 글로벌 MBA 가운데 간판 MBA코스인 '글로벌 MBA'는 셀프 디자인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게 특징이다. 틀에 박힌 커리큘럼을 만들기보다 학생들 입장을 고려해 체계적이고 다양한 전문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이 자신이 근무하는 기업환경에 맞게 스스로 커리큘럼을 짤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말하자면 본인이 원하는 전공분야와 과목들을 자유롭게 선택해서 들을 수 있는 것이지요. 선진형 MBA 모델을 채택한 결과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고 세계적 경영환경의 변화 흐름에 관한 통찰력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2세 경영자를 위한 '글로벌 YES MBA'도 예 원장이 심혈을 기울여 운영하는 MBA과정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경영승계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만 외국에선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성공적으로 승계해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물론 부당한 경영권 승계는 비판하고 처벌해야겠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더 잘할 수 있도록 깨우쳐주고 가르쳐야 합니다"고 강조했다.

경영권 승계에 대한 예 원장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경영권 승계가 중요한 이유는 중소기업의 생존과도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국내 많은 중소기업이 제대로 경영승계 수업을 받지 못해 도태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최근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기업의 수명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요. 과거 20년 전만 해도 평균 30년이던 기업수명이 이제는 15년으로 단축됐습니다. 갈수록 인적 물적 자원이 대기업으로 쏠리는 상황에서 가족경영과 경영권 승계가 건전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은 질적 성장에 꼭 필요한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2007년 지상 8층, 지하 2층(연면적 1만6528㎡) 규모의 경영관을 완공하면서 첨단 시설을 갖췄다. 해외 교류 협정을 맺은 미국의 대학과 실시간 영상강의도 가능한 시설이다.

예 원장에 따르면 한양대 MBA의 전 과정은 사례분석, 토론식 수업, 현장 실습 프로그램 등 국제화된 수업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뛰어난 교수진의 생생한 현장 강의는 큰 장점으로 손꼽힌다. 국내외 산업분야에 대한 다양한 연구기반을 바탕으로 최신 글로벌 경영트렌드에 맞는 이론과 실제 사례를 강의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지하다시피 현대 사회에서 경영학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경제학자들이 경제 발전에 직접 참여했지만 현재는 기업들이 경제 발전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기업들의 실질적인 활동을 통해 경제 발전이 이뤄지는 체제다.

"경영학은 효율성을 찾는 학문입니다.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도 공적인 이익과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비영리단체도 경영 마인드가 필요한 시대이지요. 이런 점에서 한양대 MBA는 경영학 지식으로 무장한 준비된 인재를 기업에 공급할 것입니다."

한편 예 원장은 행정가로서, 학자로서, 시민운동가로서 다방면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렇게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그는 미식가였던 부모의 영향을 받아 각종 언론에 '예종석의 음식칼럼'을 연재 중이다. 경영학으로 굳어진 머리를 날카로운 입맛으로 식힌다는 게 음식칼럼니스트로서의 변(辯)이다.


■예종석 경영전문대학원장은…

1953년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경제학를 전공한 뒤 인디애나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소비자학회 상임이사, 아름다운재단 정책자문단장, 에스콰이아문화재단 이사,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소장, 영도 육영회 이사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양대 경영대학장 겸 글로벌경영전문대학원장을 맡고 있다.


/noja@fnnews.com노정용기자

■사진설명=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 겸 글로벌경영전문대학원장은 "'실용학풍'을 중시하는 한양대의 전통에 따라 시장이 원하는 인재를 키우겠다"고 말했다. /사진=박범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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