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환 엑셀리서스 이사 “합성신약 국내 기업에 기회될 것”

      2010.07.11 17:03   수정 : 2010.07.11 17:03기사원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신약개발사 엑셀리서스는 특이한 회사다. 2000년 이후 항암제 신약개발에만 2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하고 있으나 아직 상업화에 성공한 신약은 없다. 하지만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브리스톨마이어스퀴브(BMS) 등 대형 제약사가 앞다퉈 엑셀리서스 항암제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주최로 지난달 열린 제2회 국제신약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한 엑셀리서스 김문환 이사는 그 비결을 명쾌하게 정리했다. “물건이 좋으면 값이 비싸도 가져간다는 논리는 신약개발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 제약사들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엑셀리서스는 어떤 회사인가.

▲엑셀리서스는 유전자에 기초해 새로운 타깃을 찾고 이를 조합식 화합물 합성을 통해 약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개발(R&D)도 공격적으로 진행된다.
지난 2001년 이후 전임상을 마친 후보물질이 25개, 그 중 12개가 현재 임상을 진행중이다. 1년에 2∼3개의 신약 임상시험(IND) 진입 승인을 받고 3∼4개의 임상후보(DC)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이런 공격적인 R&D가 가능한 이유는 엑셀리서스가 현재 460만개 화합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화합물 중 자동화된 방법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계속 찾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항암제 개발에 주력하는가.

▲엑셀리서스의 첫 타깃은 암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을 차단해 암세포 성장을 막는 후보물질이었다. 이 물질을 발견한 이후 또 다른 항암제로 점차 타깃을 넓혀갔다. 암이라는 자체가 복잡한 질병이고 개발 과정에서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집중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10년이 지나 항암제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이후에는 항염증 치료제 등으로 연구 분야를 넓히고 있다.

―성공한 신약 없이 대형 제약사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전략적 파트너의 최우선 기준은 상품의 질이다. 우리가 개발한 후보물질들의 잠재력이 높다면 굳이 후보물질을 팔러 다니지 않아도 전략적 파트너들을 찾아오게 만들 수 있다. 엑셀리서스의 경쟁력은 전 직원 65%가 박사로 구성된 훌륭한 인력이다. 무엇보다 매니지먼트 그룹의 능력이 뛰어나다. 우리는 목표를 공격적으로 잡고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갖는다. 파이프라인이 약하면 한두개가 실패할 경우 타격이 크다. 엑셀리서스 매니지먼트 그룹은 파이프라인의 우선순위를 정해 임상을 진행하는 선택과 집중 능력이 뛰어나다. 사업개발팀의 역할도 중요하다. 엑셀리서스는 GSK와 5년 이상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계약 조건 상 후보물질 중 3개를 가져가기로 했지만 GSK는 하나밖에 선택하지 않았다. 낙담했지만 자체적으로 개발을 계속 진행했고 결국 GSK가 포기한 후보물질을 1억8500만달러를 받고 BMS제약에 팔 수 있었다. 임상 비용 65%까지 지원하기로 한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사업개발팀의 홍보와 협상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국내 제약사가 신약개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갖춰야 할 것은.

▲물론 상품의 질을 높이는 일이다. 한국은 사업개발이나 영업부문에서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인프라도 좋지만 인력 육성에는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 연구개발 경쟁력을 높이려면 연구자들을 능력과 전공에 맞는 분야에 배치해 전문가로 키워내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 경험이 풍부한 연구인력을 영입한 경우에는 정기적으로 해외에서 재트레이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연구능력의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중요하다. 장기 사업인 만큼 국가 지원도 필수다. 한국 정부도 신약 후보물질을 선별해 국가 육성사업으로 키우고 조 단위의 집중투자를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신약개발에 성공할 경우 투자를 넘어서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 동등생물의약품(바이오시밀러) 분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한국 기업들이 바이오라는 트렌드를 따라 서로를 경쟁자로 삼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은 의미가 없다. 경쟁자는 글로벌 시장에 있다. 바이오산업은 상품 주기가 짧은 정보기술(IT)과 달리 아무리 빨라야 6∼7년, 일반적으로 10∼15년이 걸리는 장기 사업이다. 시간과 돈, 인내력의 싸움인 만큼 트렌드를 따라가기에는 위험이 너무 크다.
한국은 현재 합성신약 분야에 대한 기본 연구가 잘 돼 있고 노하우도 많이 축적돼 있다. 특히 대형 다국적 제약사는 합성신약 분야 연구를 더이상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단순히 추세를 따르기보다 스스로 가진 능력을 잘 분석해 사업 방향을 잡고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seilee@fnnews.com이세경기자·사진=박범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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