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유령회사 차려 조세 회피 안돼”

      2010.08.19 05:35   수정 : 2010.08.18 22:31기사원문
영국계 투자회사가 우리나라와 조세협정을 맺은 벨기에에 서류상 회사(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뒤 국내에서 수백억원의 부동산 양도 차익을 얻어놓고 세금을 내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고영한 부장판사)는 영국계 투자회사인 라살레 인베스트먼트가 서울 종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미래 부동산투자수익에 관한 과세 부담 회피를 위해 조세협약을 맺은 벨기에 법인으로 서류상 회사를 설립하고 거래를 진행했으나 실질적인 이익 귀속 주체는 영국 법인인 라살레사로 봐야 한다”며 “한·벨기에 조세조약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벨기에 이외의 국적을 가진 비거주자가 벨기에에 법인을 설립하고 그 법인의 이름으로 국내에서 자본이득을 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 벨기에에서 정상적인 사업활동이 없고 국내 거래행위에도 조세 회피를 위해 형식적 거래당사자 역할만 수행했다면 한·벨기에 조세조약상 양도자라고 인정할 수 없다”며 “거래의 실질적 당사자 및 소득의 귀속자인 원 투자자가 납세를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현지법인에 투자한 지분이 26%에 불과해 법인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인 현지법인의 주식을 양도함으로써 소득을 얻은 만큼 과세처분은 정당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문 등에 따르면 라살레사는 지난 2002년 국내 부동산 투자를 위해 벨기에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국내 현지법인인 ‘노스게이트’의 주식 전부를 47억여원에 인수하고 이 법인을 통해 서울 종로의 현대상선 건물을 매입했다. 2년 뒤에는 한국법인 주식을 푸르덴셜생명에 432억여원에 양도하는 방식으로 건물을 매각, 약 400억여원의 양도 차익을 챙긴 뒤 ‘주식양도에 따른 소득에 대한 과세는 양도인의 거주국(벨기에)만 할 수 있다’는 한·벨기에 조세조약을 근거로 세금을 전혀 내지 않았다.


그러나 과세당국이 ‘벨기에 법인이 조세회피 목적을 위해 설립된 유령회사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벨기에 조세조약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법인세 103억여원을 부과하자 이에 불복, 소송을 냈다.

/yjjoe@fnnews.com조윤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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