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계 추석 ‘배송전쟁’..“힘들어도 뿌듯해요”

      2010.09.18 06:20   수정 : 2010.09.17 21:15기사원문
지난 16일 동부익스프레스 혁신팀 박근모 과장(38)은 본사가 아닌 경기도 과천 강남지점으로 출근을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추석 명절 특수기를 맞아 택배지원 업무를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일명 '까대기'라고 불리는 택배물품 분류작업이 박 과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서 택배 물류센터는 24시간 쉬지 않고 가동되고 평상시의 3∼4배에 달하는 물량이 쏟아지기 때문에 지원팀의 손길이 절실한 실정이다.

과천 터미널에 도착하니 오전 7시가 되지 않은 시간인데도 1t 배송차량과 11t 간선차량이 터미널을 빼곡히 메우고 있었다.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도열해 있는 배송직원들은 번개 같은 손놀림으로 물품을 분류하고 있었다.

박 과장은 인사할 틈도 없이 바로 간선차 하차 작업에 나섰다. 대전에서 출발, 새벽에 강남지점에 도착한 간선차량의 후미 문이 열리면서 거대한 택배 장벽 앞에 섰다.

해마다 하는 일이지만 막막했다. 상품을 하차하면서 간선차량 안으로 들어가는데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한숨과 더불어 갑자기 허리에 통증이 왔다. 무거운 음료수 박스와 쌀가마니를 들다 허리에 무리가 온 것이다.

간선차 2대의 하차작업을 마치고 나서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평소 배송직원들은 매일 오전 7시에 출근해 하루 평균 100∼150 박스를 처리하지만 명절특수기에는 오전 6시에 출근해 점심도 차 안에서 대충 때우면서 새벽 2시까지 250∼300박스를 처리한다.

이제는 택배를 지역별로 분류하는 작업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에 나간 배송차량들이 오후 2시에 물류센터로 복귀해야 하기 때문에 그 사이 쉴 새 없이 택배를 분류해야 한다. 한 번 지연되기 시작하면 그날 배송 일정은 완전히 헝클어지기 때문에 독촉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아파트 단지와 고층빌딩이 밀집해 있는 서울 삼성동과 대치동 지역 택배를 담당한 박 과장의 손은 쉴 틈 없이 움직였다. 머릿속에는 '정말 제대로 고생하는구나'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뿌듯했다. 해마다 택배 물량이 늘어나는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오후 2시가 넘어가자 현장에 출동했던 배송차량들이 속속 분류센터로 집결하고 있었다. 분류팀도 힘들었지만 현장 배송기사들의 노고에 비하면 힘들다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새벽 같이 출근해 물건을 분류하고 차량 가득 물건을 싣고 오전 내내 배송을 마친 배송기사들은 다시 물건을 분류하고 현장으로 출동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점심은커녕 잠시 앉아있을 수도 없던 배송기사들은 센터 한 구석에서 불어터진 자장면으로 허기를 면해야 했다. 박 과장은 기사들의 지시에 따라 물건을 소분류하고, 물건을 나르고 뛰어다녔다. 배송기사들이 다시 현장으로 출발했지만 아직 분류장에는 수많은 물품이 남아있었다. 배송기사들은 저녁에 다시 분류센터로 돌아와 세번째 분류를 하고 출동을 해야 한다.


동부익스프레스는 올 추석 명절 특수기 택배물량이 지난해보다 48%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pride@fnnews.com이병철기자

■사진설명=동부익스프레스 혁신팀 박근모 과장과 직원들이 지난 16일 경기도 과천 강남지점에서 밀려드는 택배화물의 배송지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동부익스프레스는 올 추석 명절 특수기 택배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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