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박현주 엠큐릭스 대표
2010.11.07 19:47
수정 : 2010.11.07 19:47기사원문
당초 사업할 생각은 없었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업가의 길로 접어든 박 대표는 자신이 여성이기는 하지만 한 번도 여자란 생각을 해 보지 않았단다. 그만큼 그가 걷고 있는 길이 여자보다는, 또는 두 아이의 엄마라는 자리보다는 중성스러움이나 아니면 아예 남성스러움을 더 필요로 하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엠큐릭스가 관련 분야에서 나름의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것은 컴퓨터 엔지니어 출신으로 여성의 섬세함과 더불어 한번 몰입하면 옆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집중력이 강한 '범생' 박 대표의 뚝심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기치 않은 경영자의 길
박현주 대표가 엠큐릭스를 설립하기 직전 몸담았고 또 엠큐릭스의 전신이었던 시큐어소프트는 2000년대 초반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은 정보 보안솔루션 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지금은 당시 사업부가 안철수연구소와 롯데정보통신 그리고 박 대표가 맡고 있는 엠큐릭스로 각각 흩어져 있다.
박 대표는 "10년가량의 직장 생활을 하면서 회사를 차린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면서 "다니던 회사가 인수합병(M&A)을 당할 시점에 회사 안에서 나보고 관련 사업을 맡아줬으면 하는 분위기가 너무 강했다"고 회상했다. 특히 자신이 개발실장으로 있으면서 함께했던 팀원들이 많은 힘을 보태줬고 기술력과 성의를 다해 대했던 고객사들도 그를 사업가의 길로 유도하는 데 큰 힘이 됐다.
박현주 대표는 "제공한 솔루션이 문제가 생기면 새벽이라도 해결하기 위해 달려가는 등 파트너들에게 신뢰감을 준 것이 나를 잘 봐준 이유인 것 같다(웃음)"며 "또 당시에도 모바일이 반드시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고 우리가 가진 기술력에도 자신이 있었다"며 회사를 창립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것이 세금계산서 끊는 것도 몰랐던 박 대표가 사업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이유이다.
■미대 꿈꿨지만 컴퓨터 공학도로
박현주 대표의 길은 우연의 연속이다.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박 대표는 당초 대학에서 미대에 진학하려고 했다. 그런데 수학이 너무 좋아 특기(?)를 썩히기가 아까웠다. 그래서 생소하지만 컴퓨터공학을 지원했다.
"대학에 컴퓨터공학과가 처음 생겨 1회 입학생을 받았다. 단지 1회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과가 아닌 컴퓨터 전공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며 "대학 4학년 때 PC라는 것을 처음 봤으니 당시 실력은 말할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답답하고 얽매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인 박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전공자들이 웬만하면 다 가는 전산실이 아닌 통신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삼보컴퓨터 계열사였다.
박 대표는 "회사에선 모든 것이 컴퓨터로 이뤄지고 그렇다 보니 대학시절 거의 이론에만 치중했던 보잘것없던 실력은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었다"며 "남들을 따라가기 위해 수없이 밤도 새우고 정말 고생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당시 사수로부터 배운 다양한 내용을 빼곡히 적은 낡은 노트는 지금도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가끔 꺼내보고 또 직원들에게도 보여주는 보물로 간직하고 있다.
■모바일 보안에서 또 다른 도약 준비
그는 한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되고 나니 멀티플레이어가 절실했다.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을 만나야 했고 엄마로서 아이들도 키워야 했다. 그렇다 보니 시간은 쪼개도 쪼개도 모자랐다.
"사람 만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저녁 약속을 세 번, 네 번씩 했다. 또 새벽까지 3차, 4차까지 가기를 반복하며 엔지니어가 바깥 사람을 알고 세상을 알아가는 방법을 배웠다"고 전했다.
엄마 역할도 만만치 않았다. 회사를 키워오면서 자식들을 잘 챙기지 못했던 것이 늘 미안했지만 요즘에는 가능하면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주말에는 더욱 그렇다.
박현주 대표는 "살면서 제일 아쉽고 미안한 것이 아이들"이라며 "아이가 다쳤다는 말을 들었는 데도 회사에서 회의를 해야 하는 상황에선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며 자식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했다.
박 대표는 요즘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이제 모바일 보안업계에선 그의 이름 석자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자리를 굳혔지만 이를 토대로 다른 분야에서 다시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이 일상 생활에서나 기업에서 폭넓게 활용되면서 기존 엠큐릭스가 가지고 있는 모바일 보안솔루션 기술을 접목한 것이 바로 모바일 시설관리 솔루션"이라면서 "건설 현장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해 공사에 필요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도록 한 것이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난 10월에는 골프장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골프장 관리 솔루션도 출시, 조금씩 가시적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또 광주 화정지구에 짓는 대규모 아파트에는 엠큐릭스가 개발한 홈네트워킹 보안 솔루션과 통합인증 솔루션을 적용, 단지 내 시설물을 이용하고 쇼핑하는 등 입주민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박현주 대표는 "순간 순간 변화하는 것이 정보기술(IT)이고 그것이 좋아 IT를 업으로 하고 있지만 무작정 변화만 추구하기 보다는 그 속에서도 변화하지 말아야 할 것들은 지키면서 회사를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bada@fnnews.com김승호기자
■박현주 엠큐릭스 대표 약력 △44세 △전북 전주 △고려대학교 공학석사 △고려대학교 박사수료(정보보호 전공)△시큐어소프트 보안연구소 개발실장 △명지전문대 정보통신과 겸임교수(2004∼2009) △(현)전북대학교 IT정보공학부 겸임교수 △(현)엠큐릭스 대표이사 △(현)이노비즈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