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연평도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2010.11.26 05:50   수정 : 2010.11.25 22:35기사원문
【인천=김주식기자】 기약 없이 마련된 임시 피난처는 절망과 아우성이 혼재된 '피난살이' 그 자체였다.

25일 오후 1시30분께 북한군의 포격을 받은 서해 연평도 주민 200여명이 묵고 있는 인천항 인근 '인스파월드' 2층 찜질방. 주민들의 얼굴에는 여전히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공포와 불안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기자의 질문에 '그때 그 악몽'이 떠오르는 듯 하나같이 손사래를 쳤고 TV뉴스에 전쟁터로 변한 마을 모습이 나오자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나왔다.

북한군의 무차별 포격으로 화염에 휩싸인 고향을 뒤로 한 채 뭍으로 떼밀려온 지 이틀째. 찜질방 초입에 덩그러니 놓인 의자에 겨우 몸을 기대고 있던 김부전 할머니(83·연평도 서부리)는 "연평도가 무서워 돌아가기 싫다"며 기자의 손을 부여잡은 채 슬픔이 북받쳐 오르는지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오른쪽 뺨에 찰과상을 입은 흔적이 뚜렷한 김 할머니는 "집 앞마당에 포탄이 떨어져 얼굴에 상처를 입었는데도 건강검진 등 기본 조치를 받지 못하고 영문도 모른 채 이곳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피붙이가 없는 김진한옹(95·연평도 서부리)은 "목숨은 붙어 있지만 집도 타고 살림살이도 다 불타 없어졌는데 이제 어디서 살아야 하느냐"고 불안한 미래에 몸을 떨며 허공을 응시했다.

포탄 유독가스를 마셔 감기증세를 보이고 있는 김영애씨(50·여·동부리)는 "기본적인 응급 조치도 없이 찜질방으로 몰아 넣다니 어이가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철회씨(50·연평리)는 "일반 화재도 아니고 포탄이 떨어진 곳에서 누가 편안하게 살 수 있겠느냐"면서 "우리 마음은 이미 연평도를 떠났다"고 털어놨다.


전날 밤을 뜬 눈으로 보냈다는 그는 "언제까지 이곳에서 생활을 해야 하는지 답답하다"며 "근본적인 이주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인천과 연평도, 백령도 등 섬지역을 오가는 12개 항로, 14척의 여객선 운항이 재개되면서 이곳 피난 주민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인스파월드 황승훈 마케팅팀장은 "오는 28일 서해 한·미훈련을 앞두고 연평도에 남은 주민들까지 이곳으로 올 예정이어서 연평도 주민 편의를 위한 대비책을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joosik@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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