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사자성어에 `장두노미(藏頭露尾)..교수신문)
2010.12.19 11:25
수정 : 2010.12.19 14:43기사원문
교수신문은 지난 8일부터 16일까지 전국 각 대학 교수 2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41%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장두노미’를 꼽았다고 19일 밝혔다.
장두노미란 머리는 숨겼지만 꼬리는 숨기지 못하고 드러낸 모습을 뜻하는 말로, 노미장두라고도 한다. 쫓기던 타조가 머리를 덤불 속에 처박고서 꼬리는 미처 숨기지 못한 채 쩔쩔매는 모습에서 생겨난 말이다.
교수들은 올해 4대강 논란, 천안함 침몰, 민간인 불법사찰, 이른바 영포 논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예산안 날치기 처리 등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정부는 국민을 설득하고 의혹을 깨끗이 해소하려는 노력보다 오히려 진실을 감추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경기대 사학과 김기봉 교수는 “공정한 사회를 표방하는 정부가 오히려 불공정한 행태를 반복하는 이중성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경성대 정치외교학과 안철현 교수는 “올해는 천안함 침몰, 민간인 사찰, 검찰의 편파 수사 등 의혹이 남는 사건들이 유독 많았다”며 “반대 여론이 많은 한미 FTA타결도 잘한 일이라고 강변하는 모습은 장두노미의 의미와 맞아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 사자성어는 원래 중국 원나라의 문인 장가구(張可久)가 지은 ‘점강진·번귀거래사’, 같은 시기 왕엽(王曄)이 지은 ‘도화녀’라는 문학 작품에 나오는 말로, 진실을 밝히지 않고 꼭꼭 숨겨두려 하지만 그 실마리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나 있다는 뜻이다. 속으로 감추는 게 많아 행여 들통날까봐 전전긍긍하는 태도를 뜻하기도 한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한문학 등 관련 전공 교수 10명에게서 사자성어 20개를 추천받은 뒤 교수신문 논설·편집 기획위원 15명이 5개의 성어를 추려내 설문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장두노미에 이어 갈등과 정세 변화가 심했던 국내외 상황을 표현한 ‘반근착절(盤根錯節
)’이 응답자 20%의 지지를 얻어 2위에 올랐고 이밖에 안전할 때일수록 위기를 잊지말아야 한다는 ‘계우포상(繫于苞桑)’ 이전보다 발전했지만 아직 안정된 상태가 아니라는 뜻의 ‘혹약재연(或躍在淵)’ 등도 나왔다.
한편 2009년에는 일을 바르게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 억지로 한다는 뜻의 ‘방기곡경(旁岐曲徑)’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바 있다./rainman@fnnews.com김경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