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빈센트 반 고흐’..한국인 소장 작품 고별전
2010.12.23 11:16
수정 : 2010.12.23 11:12기사원문
▲ 고흐의‘마차와 기차가 있는 풍경’ |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년)가 자신의 죽음을 암시한 작품이 서울에서 전격 공개된다. 물론 세계 최초다. 스스로 생을 마무리했던 고흐의 영혼이 깃든 유작이다. ‘불멸의 화가’ 답게 우리 곁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쉬는 그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이 시대 최고의 걸작이다.
전 세계 미술계를 진동시킬 이작품은 <마차와 기차가 있는 풍경>이다. 1890년 6월에 탄생한 작품이다. 고흐가 자살 한 달 전에 그린 그림으로, 그가 말년을 보낸 파리 근처의 오베르 쉬르 우아즈 시절 그렸다. 실존하는 고흐의 수채화(템페라) 가운데 유일하게 실재가 확인된 작품이다. 고흐는 생전에 수채화 185∼187점을 그렸다. 이 중 4∼5점 정도가 실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희소성의 원칙’에 따라 거의 무한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추정가만 해도 네 자릿수(3억 달러 내외) 억대다. 작가가 자신의 죽음을 담은 유일한 그림이라는 점에서 더욱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녕, 한국!
2007년 7월, ‘죽은’ 고흐가 전 세계 미술계의 촉각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한국에서 나타난 한 점의 그림 때문이었다. 소장자 대리인 서병수 씨가 “진정한 <마차와 기차가 있는 풍경>은 한국에 있다”고 밝히며 나섰다. 이 그림은 19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러시아 푸시킨박물관이 소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리프러덕션(복제품)이라는 설이 제기된 뒤 그 진위 여부가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엔 고흐 사망 22년 뒤인 1912년 재정 러시아 정부의 공인 아래 복제한 작품(유화)이라는 것이 유력한 설로 자리 잡았다. 이 와중에 서 씨의 주장은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었다.
지난 3년여 동안 세계 여러 나라와 유수한 고흐 전문가들은 이 작품을 놓고 진위 여부를 은밀하게 조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까지 동원한 러시아 국가내각위원회를 비롯, 모두가 “진품이 확실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고흐의 유작이 한국에 있을 리가 없다”며 믿지 않으려 했던 세계 미술계도 긍정의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세계 곳곳에서 서 씨에게 천문학적 액수를 제시하며 ‘러브 콜’을 부르고 있다. 서 씨는 “구매 의사를 밝힌 데가 여러 군데다. 곧, 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판매 가액은) 대략 2억∼3억 달러 정도”라고 밝혔다.
■잘 있어, 한국!
서 씨는 마지막까지도 이 작품을 한국에 남기려 했다. 한국인의 긍지를 살리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다. “한국이 문화 후진국이라는 굴레를 벗고, 아울러 한국인의 자존심을 살릴 수 있다면 기꺼이 (이 그림을) 한국에 남기겠다.”
누리꾼의 반응도 이런 바람에 큰 힘이 됐다. 많은 누리꾼들은 “한국에 남겨야 한다. 국가에서 구입해 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념관을 세워 전시하면 세계적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며 구체적 의견을 제시한 누리꾼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한국은 아직 구체적 반응을 보이는 곳이 없다. 서 씨는 “한때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적극적으로 접근했으나, 그 지역 의회의 반발로 무산됐다”고 말했다.
고흐는 이제 한국과 작별하려 한다. 인연의 땅을 찾아왔으나, 반기지 않아 서럽지 않을까 모르겠다. 그래서 소장자는 마지막 한 수를 택했다. 고흐의 혼이 깃든 유작을 간절히 보고 싶어 하는 한국 미술 애호가들을 위한 손길을 내밀었다. 국내미술사에 없었고 앞으로도 있기 힘든 ‘한 점 전시회’, 고흐 유작 한국 고별 특별전을 기획하게 됐다.
생전 불운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던 고흐.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20년 만에 한국인과 만난다. 이승을 떠나기 직전 남긴 역작으로 비 온 뒤에 그린 <마차와 기차가 있는 풍경>을 앞세워서다. 이 그림은 전시 기간 동안 현대해상 측에서 1천억원의 보험가로 가입을 체결하기도 했다.
고흐 유작 한국 고별 특별전은 오는 20일부터 2011년 2월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1층 특별전시장에서 열린다. 문의 02-566-9799.
/moon@fnnews.com문영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