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김춘오 정경HLP 대표
2011.01.09 18:21
수정 : 2011.01.09 18:21기사원문
설립 5년 만에 국내외 15개 유명 브랜드 골프웨어를 제조자설계생산(ODM) 방식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하며 연매출 100억원까지 달성한 ㈜정경HLP 김춘오 대표(48)의 경영이념이다.
김 대표는 기본을 중시한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며 부지런히 일하는 그런 기본이다. 이것이 밑바탕에 깔릴 때 고객의 신뢰는 쌓이고 리스크는 사라지며 매출은 자연스럽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납기와 품질, 가격은 제조업체 운영의 기본이다. 기본에 충실한 김 대표는 그래서 가식이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를 좋아한다. 오히려 이제는 중소기업이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기만 한다면 대기업에 굽실거릴 필요 없이 ‘갑’의 위치에 설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김 대표는 또 항상 모든 일을 자료로 축적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의류제조에서 바느질도 한 가지가 아닌 만큼 여러 상황과 이에 맞는 방법에 대한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지상파 드라마 남자 주인공의 대사처럼 이탈리아 장인이 옷을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든다면 김 대표의 장인정신은 바늘을 고르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그의 책상 한편엔 항상 바늘 수십개가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김 대표는 “가식을 보이지 않는 게 롱런하는 비결이며 신뢰를 쌓아가는 방법”이라며 “이제는 중소기업이 (거래처를) 골라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골프의류 외길 21년, ‘박사’
김 대표는 대학을 졸업한 후 1989년 처음으로 골프 의류업계에 발을 들였다. 전공은 전기공학이었지만 골프와 의류에 대한 관심과 열정 때문에 다른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자신의 관심과 열정을 초창기부터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지 모른다. 그래서 ‘네가 무엇을 알겠느냐’며 무시와 냉대로 일관하는 사람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차라리 이를 발전의 원동력으로 활용했다.
거래처를 뛰어다니는 영업 활동으로 인맥을 쌓았고 생산관리를 맡았을 때는 재봉틀 사용과 스냅(똑딱 단추) 붙이는 것 등 일련의 의류제작 과정을 혼자서 연마, 습득하는 데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그는 “업계 특징이 누군가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혼자 배우는 것”이라며 “그래서 성공하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이런 김 대표의 노력은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라는 생산 직원들의 마인드도 바꿨다. 당시 재봉틀 바늘은 지퍼 위를 박음질하지 못하는 것으로 여겼지만 ‘불가능’이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는 것을 직접 실습으로 보여주자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일부 생산라인 직원들은 자기보다 업무를 모르는 관리자일 경우 무시하며 절대 따라오지 않는다”면서 “기초는 기본이며 그 분들보다 더 알아야 했다”고 회상했다.
무슨 일이든 5년만 꾸준히 노력하면 전문가가 되는데 김 대표는 회사를 퇴사한 2005년까지 17여년간 골프의류 외길을 걸었다. 당연히 생산 및 인적 인프라가 쌓일 수밖에 없었고 골프의류에서는 이른바 ‘박사’가 됐다.
“옷만 보면 얼마가 남고 얼마가 들어가며 어떻게 제작해야 한다는 등 총괄 전무 자리에 올랐을 때는 저변이 확고하게 다져졌다”고 김 대표는 피력했다.
■정경HLP설립, 고속성장 거듭
김 대표는 2005년 부득이한 사정으로 오랫동안 청춘을 바쳤던 회사와 이별한 뒤 정경HLP를 세웠다. 의류가 사양사업이지 진취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설립하기까지 고민이 상당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사업과 놀이문화의 종착지는 ‘골프’라는 믿음은 든든한 심적 버팀목이 됐다. 그때는 스크린 골프가 갓 등장하는 등 골프가 ‘특권층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대중적 스포츠’로 자리 잡아가던 시기였던 것도 도움이 됐다.
김 대표는 “골프장 국내 400개, 일본 2000개 등을 감안하면 골프는 끝까지 가는 사업이라는 생각에 시종일관 밀어붙였다”라면서 “다른 곳에 한눈을 팔지 않고 골프만 하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었다”고 말했다.
정경HLP는 이런 배경에 힘입어 설립 첫해에 13억원의 연매출을 달성했다. 김 대표의 전 직장 연봉이 1억원 수준이었으니 괄목할 만한 성과였다.
거래처의 반응도 좋아 첫해 ㈜KYJ네트워크 김영주 골프를 시작으로 ㈜K&Y엔터프라이즈씨오 앙드레김 골프, FNC코오롱 잭 니클라우스, ㈜보그인터네셔널 보그너, ㈜팬텀지앤에스 팬텀, ㈜비엘에프어패럴코리아 벤호건 골프, ㈜파사디코리아 파사디 골프, 이동수 골프 등 물품공급 계약이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국내 유수의 브랜드 2∼3곳과 추가로 계약할 예정이다. 하지만 매출이 늘어났다고 자만하지 않는다. 납기와 품질, 경영 등에 대한 그의 기본 방침은 여전하다.
김 대표는 또 매출도 중요하지만 올해는 내실을 튼튼하게 하기로 사업 목표를 정했다. 중소기업을 하면서 가장 큰 위험 요소가 리스크인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내실 있는 기업 운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김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하루 만에 75홀을 소화한 실력을 인정받아 기네스 협회로부터 받은 인증서를 보여줬다. 이만큼 골프를 사랑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현재의 위치에 이를 수 있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김 대표는 “열심히 하면 되지 않는 것이 없다”라며 “겸손한 자세와 한결같은 마음으로 골프의류 토털 패션 제조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jjw@fnnews.com정지우기자
■김춘오 대표 약력 △48세 △제주도 △동의어패럴 입사 △㈜정경HKP 설립(2005년) △때안타는 바이오 코팅·컬러와 커프스 특허등록(2009년) △지식경제부장관 표창장 수상(2009년) △기술혁신형 중소기업(Innobiz) 등록인증(2010년) △벤처기업 기술보증기금(Kibo) 등록확인(201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