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독자플랫폼 ‘바다’, 혹평서 기대감으로
2011.02.20 14:08
수정 : 2011.02.20 14:07기사원문
▲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다티 매장. 특수 제작한 대형 ‘웨이브’(삼성전자 ‘바다’ 플랫폼 탑재 스마트폰)가 눈길을 끌고 있다. |
【파리(프랑스)=권해주기자】“웬만한 이들은 다 ‘웨이브’(삼성전자 ‘바다’ 플랫폼을 탑재한 스마트폰)를 안다. 손가락 터치 방식으로 쉽게 스마트폰을 쓰려는 이들이 웨이브 시리즈를 많이 찾는다”.
연간 1억5000만유로(약 2267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프랑스 최대 전자제품 매장 다티.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중심가에 자리 잡은 다티 매장에서 ‘갤럭시S’ ‘아이폰’ 등 인기 스마트폰과 범용 휴대폰들 속에 웨이브 시리즈도 소비자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곳 매장직원 누느트 아메르씨는 “삼성 휴대폰은 터치에 강하고 쉽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어, 이런 점이 웨이브 스마트폰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스마트폰의 멀티미디어 기능을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보급형 ‘웨이브723’이 특히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말 국내에서 ‘아이폰’ 출시와 함께 스마트폰 시장이 빠르게 열릴 무렵 삼성전자는 직접 개발한 플랫폼 ‘바다’를 내놨다. 당시 전문가들은 “애플 운영체제(‘iOS’), 구글 ‘안드로이드’ 등이 급격히 세력을 키워나가는데 가뜩이나 스마트폰에 약한 삼성전자가 바다를 띄운 건 선택과 집중에서 벗어난 잘못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바다가 얼마 가지 못할 것이란 혹평도 쏟아졌다.
이후 1년여가 지난 가운데 유럽에선 바다의 입지가 전혀 다른 양상으로 변했다. 유럽 3대 시장 중 한 곳인 프랑스에서 바다는 지난해 6월 웨이브 스마트폰으로 첫 선을 보인 후 같은 해 7월 한 때 스마트폰 판매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 다티 매장에서 휴대폰을 고르는 프랑스 소비자들. |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운영체제(OS)별 점유율에서는 1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5위권에 진입했다. 블랙베리(16.3%), 심비안(13.9%) 등과 격차가 크지 않아 향후 3대 스마트폰 OS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프랑스 법인 관계자는 “지난해 바다 스마트폰은 프랑스에서만 100만대가 팔렸다”며 “최근 바다용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가 1000만건을 넘어섰고 연말엔 누적 다운로드 수가 3배로 급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4~1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Mobile World Congress)’에서 ‘바다2.0’ 플랫폼을 각국의 개발자들에게 공개했다. 세계 공통의 휴대폰결제 무선통신기술(NFC, Near Field Communication)을 비롯해 세계 공용 애플리케이션 장터(WAC), 멀티태스킹, 음성인식을 지원하는 등 주요 스마트폰 OS에 뒤지지 않도록 기능과 편의성을 보강했다.
세계적인 모바일게임 업체 게임로프트의 곤쟉 드 발로아 수석부사장도 “콘텐츠 기업에 있어 바다는 놓칠 수 없는 주요 스마트폰 플랫폼 중 하나로 성장했다”고 기대감을 높였다.
국내 업계 한 전문가는 “한국이나 미국, 일본 등은 상대적으로 이동통신사들의 견제가 심해 삼성전자가 바다 스마트폰을 확대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유럽에서 입지를 탄탄히 다진다면 바다가 태블릿PC, TV를 비롯한 스마트기기로 확산되면서 세계적인 OS들과 경쟁할 날이 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postman@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