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압박에 재계 폭발직전..정부는 달래기
2011.06.24 17:21
수정 : 2011.06.24 17:21기사원문
전국경제인연합회 허창수 회장이 24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5단체장과의 첫 상견례 자리에서 최근의 정부정책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오찬은 하반기 정부의 경제 운용정책 발표를 앞두고 정부가 재계와 의견을 나누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좌석 배치상 박 장관과 마주앉은 허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경쟁국은 상법과 공정거래법 등을 일시적 흐름보다 경제원리에 맞게 신중하게 운용하고 있다"면서 "반면 우리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날 중요한 정책결정에서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순수하고 분명한 원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올해 기업들은 120조원에 달하는 투자와 획기적인 고용창출 계획을 세웠고 동반성장에도 협력하고자 한다"며 "창의적이고 근면한 근로자에게 희망을 주고 활발하고 자율적인 기업경영이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허 회장의 발언은 정치권의 감세철회와 반값 등록금 정책을 포퓰리즘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한 직후 나온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허 회장은 평소 공식 석상에서 과도한 발언을 자제하는 '재계 신사'로 알려진다. 지난 2월 전경련 회장 취임 직후에도 당시 불거진 동반성장위원회의 초과이익공유제나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등에 대해서도 극도로 말을 아껴왔다.
그러나 이 같은 태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건 지난 21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권 일각의 감세철회 움직임과 반값등록금 추진을 포퓰리즘이라고 정면 비판하면서부터다. '포퓰리즘' 발언으로 국회 지식경제위로부터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공청회 출석을 요구받는 등 발언의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이 같은 발언을 이어간 건 정부의 대기업 압박정책이 재계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특히, 정부가 강도 높게 주문하고 있는 정유업계에 대한 기름값 인하 압박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GS그룹은 국내 2위 정유사인 GS칼텍스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허 회장은 오찬 직후, 최근 그가 소신발언을 많이 하고 있다는 기자의 지적에 대해 "소신발언을 하는 게 아니라 사실 그대로를 얘기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사공일 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이희범 무역협회 회장도 이날 "물가정책에 있어 정유사 등에 대한 일방적인 가격인하 방안 외에 다양한 대책을 강구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감세정책 등 친기업 정책에 있어서도 정부가 일관성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경련, 경총, 대한상의는 각각 29일로 예정된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공청회에 회장 대신 실무지식을 갖춘 임원을 보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win5858@fnnews.com김성원 조은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