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역 채권만기 연장 불가 ‘공포’

      2011.07.05 18:14   수정 : 2011.07.05 18:14기사원문
그리스 재정위기 문제를 해소하는 데 그리스 국채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리스가 파산을 피하기 위해선 국채의 만기연장이 필요하지만 신용평가사들이 만기연장을 위한 국채차환(롤오버)에 대해 파산을 선고할 것이라고 경고해서다. 그리스 채권 차환에 대해 파산이 선고되면 다른 재정 위기국 역시 채권만기 연장이 불가능해 재정위기가 급속히 유럽 전역에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4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국제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하나인 S&P는 이날 성명에서 "그리스 국채를 롤오버할 경우 그리스 국가신용등급이 '선별적 디폴트(SD)'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SD는 전체 채무 가운데 일부가 상환되지 않아 부분적 디폴트에 이른 상태를 의미한다.


S&P의 이 같은 언급은 유로존 회원국들이 진통 끝에 합의한 그리스 국채 차환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유로존 당국자들과 은행들은 지난주 롤오버 방안이 그리스 신용등급을 디폴트로 강등시키는 요인이 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피치도 그리스 채권에 대한 자발적 롤오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피치는 지난달 중순 모든 자발적 롤오버를 디폴트로 간주할 수 있으며 그리스 국채를 '제한적 디폴트'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무디스도 롤오버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무디스는 S&P 발언이 나온 이후 같은 날 성명에서 "그리스 채권 롤오버에 관해 현재 진행되는 논의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리스) 당국이 최종 결정을 내리면 우리의 방법과 정의를 통해 등급을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평사들이 그리스 채권 차환을 디폴트로 간주하면 그리스 국채를 대출 담보로 받지 않겠다고 경고했던 유럽중앙은행(ECB)도 한 발 물러섰다.

ECB의 한 관계자는 S&P 성명 발표 직후 FT와의 인터뷰에서 신용평가사들이 모두 그리스 국채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하지 않는 한 그리스 채권을 담보물로 계속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ECB가 S&P, 무디스, 피치 등 신용평가사들이 부여하는 등급 가운데 가장 높은 등급을 사용한다는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혀 시장에 안도감을 줬다.

ECB가 이처럼 그리스에 지속적인 지지를 표명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FT는 지적했다. 그리스 은행들이 거의 전적으로 ECB에 자금조달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ECB가 그리스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내비칠 경우 그리스 은행권이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리스 은행권이 ECB로부터 빌린 차입 규모는 1000억유로(약 154조3250억원)에 달한다.

그리스 채권 롤오버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선택적 디폴트 등급 부여가 단기에 그칠 경우 그리스 은행권이 붕괴되진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그리스 은행 관계자는 "만일 선택적 디폴트 기간이 짧아서 그 기간 채권 차환이 이뤄진다면 그리스 은행들에 더이상 자금조달 이슈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jmary@fnnews.com서혜진기자 김영선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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