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 어웨이크닝

      2011.07.06 21:03   수정 : 2011.07.06 21:03기사원문
요즘 뮤지컬 무대에는 앙코르 공연이 많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친숙한 작품들은 '돈 벌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기에 제작자들이 대표적인 레퍼토리를 개발해 반복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탓이다. 비싼 입장권 때문에 낭패를 보고 싶지 않아하는 관객들의 성향도 주요한 이유 중 하나다. 기왕 시간을 내서 큰돈 내고 뮤지컬을 보려면 제대로 된 좋은 공연을 보고 싶어하는 마음은 사실 인지상정이다. 안팎으로 손바닥이 마주쳤으니 소리가 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단순한 재연 수준의 반복되는 공연들은 애호가 입장에서는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무대에서의 리바이벌은 새로운 해석과 도전, 진화의 과정을 경험하는 데 가장 큰 재미와 매력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제작진이나 기획사 입장에서는 뼈를 깎고 피를 말리는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객석의 찬사와 박수는 그런 위대함과 실험정신이 있을 때 더욱 빛을 발하게 마련이다. 예술가로서 평행 짊어져야 하는 숙명과도 같다.

요즘 새롭게 막을 올린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보면 그래서 만감이 교차한다. 작품의 완성도와 달리 큰 흥행을 기록하지 못했던 초연의 아쉬움이 새롭게 올려지는 앙코르 공연을 통해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도 된다. 새로운 도전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겠지만, 그 덕분에 이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된 관객 입장에서는 솔직히 즐거움이 앞선다.

일단 새로운 출연진의 가세가 흥미롭다. 지난 초연 무대에서도 안정적 연기를 보여줬던 젊은 조연진이나 어른 역을 맡은 관록의 배우들도 반갑지만 앙코르 무대다운 열정과 패기, 신선함은 역시 새롭게 가세한 주연급 출연진의 모습에서 더 매력이 넘친다. 특히 아버지와 함께 무대에 도전한 벤들라 역의 송상은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묘한 매력과 감수성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요즘 상업공연가에서는 아이돌 스타의 무대 나들이가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역시 무대의 본질은 순수함과 열정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평범하지만 위대한 원칙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것 같아 기쁘다.

초연 무대를 경험한 관객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겠지만,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에 등장하는 젊은 군상들은 성장의 아픔을 담고 있다. 극의 전반부에서는 사춘기 시절의 이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묘한 긴장과 아슬아슬한 자극을 보여주지만, 결국 세월이 할퀴고 간 자리에 남은 시련과 아픔은 누구나 겪어야만 했던 기억 속 성장의 고통을 떠올리게 해 아련한 감상을 남긴다. 관객들이 멜키어 때문에 콧날이 시큰해지고, 모리츠 덕분에 숙연해지며, 벤들라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게 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말 못했던 사춘기 성장의 아픔을 살짝 되새겨보는 것이야말로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가끔 뮤지컬은 어디에서 보면 가장 재미있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이 작품이라면 단연 무대석을 추천한다. 두 시간 넘게 객석으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하는 부담도 있지만, 무대 위에서 배우들과 어울러져 보고 즐기는 재미가 그야말로 쏠쏠하다.
객석 수가 한정되어 있어 일찌감치 예매를 서둘러야 하지만, 노력할 만한 값어치는 톡톡히 한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니 일석이조가 따로 없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더 즐길 수 있다는 표현은 이래서 나온 말이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jwon@s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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