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개종’ 아랍인 난민 인정 잇따라

      2011.07.27 17:51   수정 : 2011.07.27 17:51기사원문
이슬람교를 믿다 기독교로 개종한 이란인들이 본국의 종교적 박해를 이유로 난민 인정을 해달라는 신청을 법무부가 거절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본국 종교박해 등 고려, 난민 인정

27일 법원에 따르면 이란에서 태어나 이슬람신도로 살다가 2000년 국내에 입국한 M씨는 이란인 유학생 소개로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선교 교회인 N교회 예배와 성경공부 모임에 참석하면서 기독교로 개종했다.

2006년 경기 송탄의 V교회에서 세례를 받은 M씨는 이슬람교에서 다른 종교로 개종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이란에서 2005년 이후 기독교도에 대한 박해가 확대되자 2008년 법무부에 난민인정 신청을 냈다.

그러나 법무부가 난민협약 및 난민의정서에서 난민 요건으로 규정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를 가진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불허하자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장상균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M씨에게 승소판결했다.
재판부는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음은 난민인정을 신청하는 외국인이 증명해야 하지만 난민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 해당 외국인에게 객관적인 증거에 의해 주장 사실 전체를 증명하도록 요구할 수는 없다"며 "진술에 일관성과 설득력이 있고 입국 경로, 난민 신청 경위, 국적국의 상황, 주관적으로 느끼는 공포의 정도 등에 비춰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수년간 기독교도들에 대한 박해가 심화되고 있는 이란에서 기독교 개종자는 예배활동 이유만으로 박해를 받고 있고 사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며 "M씨에게 본국에서 기독교도임을 숨기고 생활할 것을 강요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일정 부분 포기토록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같은 재판부는 또 국내 입국 후 기독교로 개종한 이란인 S씨에 대한 난민인정불허처분 취소소송에서도 같은 이유로 S씨의 손을 들어줬다. 아울러 지난 15일 행정1부(재판장 오석준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기독교인 이란인 L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도 법원은 같은 판단을 내렸다.

■난민인정, OECD 중·하위…"개선 시급"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등에 따라 난민으로 인정되면 결혼이민자와 마찬가지로 국어교육, 사회적응교육 등을 받을 수 있고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 등 일정 요건에 해당되면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 급여 신청이 가능하다. 또 보건복지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3월 관련 지침을 개정, 난민 자녀(5세 이하) 중 어린이집 보육비 지원 및 유치원 학비 지원 등 과거에 비해 처우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난민인정비율은 저조한 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한 이래 1994년부터 난민신청을 받고 있지만 난민 인정 비율은 9.3%(2011년 6월 기준)에 불과하고 2009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 국가 중 중하위(19위) 수준이다.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 판단을 기대할 수밖에 없지만 최근 3년간 소송을 통해 난민으로 인정받은 비율도 2008년 44%(36명 중 16명), 2009년 5%(74명 중 4명), 지난해 19%(47명 중 9명)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각지대에 있는 난민신청자들을 위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행 출입국관리법상 난민 지위를 신청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으면 취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처우개선이 시급하다"며 "출입국관리법의 난민 관련 조항을 별도 법률로 분리하는 '난민 등의 지위와 처우에 관한 법률안'이 2008년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인 만큼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mountjo@fnnews.com조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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