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볼 찾다가 큰 화 부를수도”

      2011.08.16 17:06   수정 : 2014.11.05 14:27기사원문
"볼에 목숨 걸고 그래."

페어웨이를 벗어난 볼에 유난히 집착하는 골퍼를 두고서 핀잔 투로 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를 절대 허투루 들어서는 안될 것 같다. 말처럼 되는 불상사가 심심찮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플레이어들의 지나친 승부욕에서 비롯된 안전 불감증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해저드에 빠진 볼을 건지려는 행위는 거의 목숨을 담보하는 무모한 행동이라고 골프장 관계자들은 경고한다.
숲이나 잡초가 무성한 깊은 러프 지역에 들어간 볼이나 거의 낭떠러지에 가까운 급경사 지역에 떨어진 볼을 찾아 헤매는 것도 위험스럽긴 마찬가지다. 최근 볼을 찾다 발생한 참화의 대표적 사례를 유형별로 모아 보았다.

■해저드에 빠진 볼 건지려다 익사

지난달 22일 수도권 A골프장에서 한 40대 여성 골퍼가 해저드에 빠져 익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남편을 따라 일명 '땜빵' 라운드를 나온 이 여성은 해저드에 빠진 자신의 볼을 건지려다 결국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하마터면 동반자 모두가 화를 당하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아내를 구하기 위해 먼저 남편이 물에 뛰어들었고 뒤이어 나머지 두 사람도 앞뒤 가리지 않고 물속으로 몸을 던졌다. 하지만 여성을 구하기는커녕 이들 또한 위험에 빠졌다. 마침 주변의 다른 플레이어들이 골프장에 비치한 구명 튜브를 던져 이들의 목숨은 구하긴 했지만 생각만 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골프장 해저드는 수심이 대부분 3m 이상이다. 거기다가 누수 방지를 위해 십중팔구는 바닥에 방수포를 깔아 놓았다. 그리고 그 방수포에는 물이끼까지 끼어 있다. 따라서 소프트 스파이크가 달린 골프화를 신은 플레이어가 해저드에 빠지게 되면 자력으로 물에서 나오기가 매우 어렵다.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면 쓸수록 오히려 물속으로 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얘기다.

특히 해저드 저수량이 늘어나는 장마철에는 더욱 위험하니 각별한 안전의식이 요구된다. 아예 해저드 근처에 가지 않는 것이 상책이지만 가더라도 클럽으로 볼을 건져내려는 행위는 자칫 자살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에 대해 A골프장 한 관계자는 "대부분 골프장들이 해저드 주변에 구명 조끼, 구명 튜브, 위험경고 표지판을 비치해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 어떤 조치보다 중요한 것은 골프장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한 골퍼들의 의식 전환"이라고 말한다.

■러프에서 볼 찾다 뱀에 물려 절명

수년전 제주도 B골프장에서 독사에 물려 캐디가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두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진 캐디는 자신이 서빙하던 한 골퍼가 친 볼을 찾으러 가시덤불 속으로 들어갔다. 한참 볼을 찾던 중 따끔한 통증을 느꼈지만 그는 덤불 속 가시에 찔린 것으로 알고 평상시처럼 일을 마친 뒤 귀가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 얼마 지나지 않아 온몸이 부어 오르기 시작하면서 호흡이 곤란해졌다. 병원으로 급히 이송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가 따끔하게 느낀 건 덤불 속에 숨어 있던 독사에게 물린 순간이었던 것.

대부분 골프장 러프 지역에는 '뱀 주의'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특히 독사의 독 성분이 가장 맹위를 떨치는 가을에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러프에 들어간 볼을 찾기 위해서는 맨손보다는 반드시 클럽을 지참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소 번거롭더라도 뱀 퇴치에 효과가 있다는 황산알루미늄칼륨 성분인 명반을 소지하는 것도 괜찮다. 가급적 양말은 목이 긴 것을 신는 게 좋다. 또한 골프장 측의 '뱀 출몰지역'이라는 경고문을 준수하는 것도 불의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책이다.

■급경사면서 볼 찾는 것은 자살행위

지난 7월 강원 포천의 C골프장에서는 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모씨(43)라는 한 남성골퍼가 급경사면에서 볼을 찾다 발이 미끄러져 10m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두 다리에 심한 부상을 입어 그는 골프를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특히 요즘과 같은 장마철에 경사면에서 볼을 찾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 잦은 비로 잔디가 미끄러운데다 지면이 무를 대로 물러 발을 갖다대기만 해도 지면이 쓸려 내리는 곳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골프장은 80% 이상이 산악지형에 자리 잡고 있다. 이는 곧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낭떠러지에 가까운 급경사면인 골프장이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그만큼 위험요소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는 방증이므로 골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golf@fnnews.com정대균 골프전문기자

■사진설명=골퍼들의 지나친 승부욕에서 비롯된 안전 불감증은 골프장 안전 사고의 주된 원인이다.
특히 해저드는 저수량이 늘어나는 장마철에 더 위험해지기 때문에 각별한 안전의식이 요구된다. 특정 상황과 관련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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