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정상회담 양국 노림수는..
2011.09.01 17:35
수정 : 2011.09.01 17:35기사원문
이 자리에서 경제협력 확대뿐만 아니라 6자회담 재개 등이 논의되면서 향후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과 양국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목표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러시아는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발판으로 그동안 줄어든 외교적 영향력을 회복하는 데 주안점을 둔 반면 북한은 러시아와 관계개선을 이뤄 중국과 미국을 견제하는 것은 물론 경제부문에서 한국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지렛대'전략을 활용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줄곧 확대하고 있는 중국 측이 그냥 가만히 앉아서 이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 뻔한데다 미국 또한 한반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제한적인 영향에 그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북·러 정상회담의 노림수는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사항은 6자회담 재개 합의와 러시아와 북한, 남한을 잇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추진이다.
정치적으로는 김정일이 6자회담 재개에 조건을 달지 않고 복귀할 의사를 밝히면서 6자회담 재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 러시아로부터 다양한 정치적·경제적 지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담의 하이라이트인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추진을 위해 양국이 가스회사를 통해 공동위원회를 만들고 한국 가스회사와도 협의를 추진, 구체적으로 진행시킨다는 다소 진전된 내용까지 합의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이 같은 자세 전환은 중국을 추종하던 지금까지의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풍부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 다소 힘이 빠졌던 한반도에서의 예전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는 견해다.
여인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친 핵실험으로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 북한은 단지 중국과만 밀착된 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그동안의 대중 편향정책으로부터 탈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번 김정일의 방문 장소도 에너지 대국으로서의 러시아의 힘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김정일이 방문한 수력발전소는 극동지역 최대의 수력발전소로서 김정일은 이에 대해 "러시아 역사에 남을 위대한 창조물 중에 하나이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
이 발전소는 러시아 극동지역 전체에 전력을 공급해도 여유가 있는 규모로 러시아는 북한을 통해 한국까지 송전선을 설치할 계획을 밝힌 적도 있어 러시아의 야망을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지적이다.
북한 역시 편중돼 있던 중국과의 속도조절을 꾀하는 것은 물론 러시아를 지렛대로 이용, 중국과 미국을 견제하는 이중전략을 구사해 한반도내에서의 북한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다지는 데 주안점을 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북한의 대외교역에서 중국 의존도는 무려 53%까지 상승한 상태다. 중국에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되면 북한에는 큰 리스크로 작용하고 또한 외교상의 약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반도 역학관계 변화 불가피
이번 수뇌회담이 실현된 배경에는 러시아가 보유한 에너지를 무기로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위해 핵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러시아가 에너지 외교를 히든카드로 내놓은 것은 한반도를 횡단하는 가스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사할린에서 하바롭스크를 거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을 통과해 한국까지 연결시켜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즉 북·러 양국은 남·북·러 3국을 잇는 가스관·송전선 연결 등의 경제협력을 통해 경제적 실익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
이미 러시아 국내 부분의 라인은 건설이 시작됐고 이달에는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완성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러시아 가스회사 대표가 한국과 북한을 차례로 방문, 이에 대한 교섭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이미 이 같은 움직임은 본격화됐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지난달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국 러시아 간 외교회담에서도 파이프라인이 중요한 의제로 다루어졌다는 점에서 향후 파이프라인을 통한 한반도 정치공학은 복잡한 양상을 띨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ktitk@fnnews.com김태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