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림목재 母子1억상당 오르겔 기부
2011.09.04 18:41
수정 : 2011.09.04 18:41기사원문
특히 이들 모자의 기부는 외국 악기인 파이프오르간(오르겔)을 국내 유일의 오르겔 제조 전문가와 뜻을 모아 우리의 소리, 모습 등이 담긴 한국적인 악기로 재탄생시킬 예정이어서 의미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4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인천 고잔동에 본사를 두고 있는 영림목재의 이경호 대표(61)와 모친인 강영신 여사(87)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 오르겔을 기증키로 했다. 이 대표는 한국목재공업협동조합 이사장과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을 함께 맡고 있기도 하다.
기증할 오르겔은 1년가량의 제작기간을 거쳐 내년 가을께 중소기업회관 로비에 그 위용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비용만 1억원가량이 소요되고 제작은 국내 유일의 오르겔 바우 마이스터인 홍성훈씨가 맡는다.
이경호 대표는 "오르겔이 중소기업회관에 설치된다면 여러 중소기업계 관계자뿐만 아니라 회관을 방문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소리와 모습을 선사할 수 있어 의미가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모친께서 좋은 일을 좀 하시겠다고 해 당신 성함으로 기부를 하게 됐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기증으로 제조될 오르겔에는 모양, 소리 등에서 9가지의 전통적인 색깔을 담을 예정이어서 완성되면 국내에 있는 140∼160개가량의 오르겔 가운데 가장 '한국적'인 예술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작자인 홍성훈 마이스터는 "오르겔 전체에 옻칠을 하고 또 곳곳엔 과거 왕족들이 자주 사용했던 칠보로 장식을 할 계획"이라며 "특히 오르겔이 서양악기이지만 우리 전통악기인 퉁소나 피리 비슷한 음색이 날 수 있도록 우리 소리를 입히고 이름도 구름, 아지랑이 등 우리말로 지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인의 아름다운 기부와 장인의 예술혼이 만나 서양악기인 오르겔이 전통악기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이경호 대표와 홍성훈 마이스터는 홍씨가 IMF 직후인 1998년 독일 유학에서 돌아온 후 국내에서 오르겔 제조에 필요한 고품질의 특수목재를 이 대표가 운영하는 영림목재로부터 공급받아 온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오르겔은 크기에 따라 2500∼5000개의 나무파이프가 필요하고 제작 기간도 통상 1년 이상 걸리는 정교한 악기로 알려져 있다. 또 오르겔 한 악기가 낼 수 있는 소리만 20만개가 넘고 음역대가 넓다 보니 '오케스트라' '악기의 여왕'으로 불리기도 한다.
/bada@fnnews.com김승호기자
■사진설명=이경호 영림목재 대표(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왼쪽)와 모친인 강영신씨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