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QWL밸리 추진 1년..

      2011.10.24 17:39   수정 : 2011.10.24 17:39기사원문

직장인 이모씨(35)의 아내는 휴일임에도 직장이 있는 서울 구로동 구로디지털단지로 가려고 하는 남편이 못마땅하다.

건강을 위해 스포츠센터를 다니는 것도 좋고 문화생활을 누리는 것도, 자기 발전을 위해 공부하는 것도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왜 굳이 구로디지털단지까지 가야 하나. 동네에서 충분히 가능한데 말이다.

아내의 성화에 대해 이씨의 대답은 명확하다. 시설이 우수하고 필요한 대부분을 구로디지털단지 내에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비용이 저렴하며 때로는 무료 이용가능도 있다. 뛰어난 강사진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행운'이다. 이씨는 "처음에는 직장과 가깝다는 이유로 구로디지털단지 내에 있는 어학원과 스포츠센터를 등록했지만 시설, 강사진, 접근성 등을 감안하면 이제는 다른 곳을 이용할 수가 없을 정도"라면서 "최근에는 아내도 함께하게 되면서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시커먼 매연, 회색빛 공장, 야간·잔업 등으로 대변되던 산업단지가 한창 옷을 바꿔 입고 있다. 오로지 일밖에 몰랐던 곳에서 일터·배움터·즐김터가 어우러진 QWL(Quality of Working Life·노동생활의 질)밸리로 변모하는 것이다. 이미지 변화는 자연스럽게 청년들의 발걸음도 끌어당긴다.

QWL밸리 추진 1년여. 2차례에 걸쳐 지식경제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추진 중인 QWL조성사업의 현황과 전문가 인터뷰, 선진국가 사례를 짚어봄으로써 우리 산업단지의 미래를 그려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QWL은 '공생발전'

QWL밸리 조성은 낡은 생산공장으로 방치된 공단을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근로생활의 질이 보장된 산업단지로 재창조하는 사업이다. 복지·인프라 확충, 기반시설 개선, 교육·문화, 주거예술 향상 등 보수 이외에 직무생활의 만족과 동기, 생산성에 영향을 주는 제반 요인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개념이다.

근로자들이 평생학습과 학생의 현장교육이 가능하도록 대학·기업연구소를 단지에 입주시키는 산학융합지구를 조성하고 문화가 숨쉬고 보육·대중교통 편의·산업안전이 보장되는 공장으로 바꾼다.

조석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은 "노후 생산 공장 위주의 산업단지를 근로생활 질이 보장되는 일터로 전환해 국가경제의 지속적 성장거점이자 청년일자리 창출원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이 공단의 비전"이라며 "산단공이 추진하는 QWL밸리를 시작으로 민간자본이 유입되어 활기찬 산업단지를 만들어 가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일터' 산업단지

정부는 QWL밸리 사업의 성공모델을 창출하기 위해 우선 경기도 반월·시화, 인천 남동, 경북 구미, 전북 익산 등 4곳을 구조고도화 시범단지로 지정했다.

이곳에는 2013년까지 모두 1조1207억원을 투입해 지식산업센터, 기숙사형 오피스텔, 비즈니스센터, 자전가 출퇴근 도로, 인공수로하천 등 29개 사업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2조원 이상의 생산유발, 2만여명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남동공동물류센터, 남동화물주차장, 시화체육시설개선, 남동종합비즈니스센터 조성이 끝났으며 올해 안에 시화드림타운, 남동지식산업센터, 구미집적화단지, 구미공단특화거리, 구미자전거도로육성, 반월주유소 및 편의시설 등 10개 사업에 대한 조성에 들어간다.

지난해 10월에는 연면적 1만5837m에 지하 1층, 지상 13층 규모의 시화복합비즈니스센터 기공식을 가졌다. 창업·연구개발(R&D)지원, 컨벤션, 주거시설 등 종합적인 기업지원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이를 비롯해 7곳이 공사 중이다.

▲ 시화복합비즈니스센터 조감도


■'배움터' 산업단지

산업단지나 집적지에 대학 캠퍼스를 이전, 교육-R&D-고용이 연계되도록 하는 산학융합지구이다.

반월시화 산업단지에는 산업기술대, 건국대, 신안산대, 안산1대학 등이 참여하는 QWL 연합캠퍼스와 200여개 기업연구소의 입주가 가능한 기업연구관이 조성된다. 또 인접한 시화복합비즈니스센터에는 QWL 문화센터가 들어선다.

구미 왜관 산업단지에는 영진전문대, 금오공대, 경운대, 구미1대학, 폴리텍Ⅵ 등 5개 대학의 연합캠퍼스 및 100여개 연구소가 들어갈 수 있는 기업연구관이 꾸며진다. 문화편의시설도 마련된다.

군산새만금 산업단지에는 군산대, 전북대, 군장대, 호원대 등 4개 대학의 연합캠퍼스 및 기업연구관이 들어서고 전북과 군산시의 재정지원을 받아 문화편의관도 건립된다. 이들 캠퍼스와 연구관, 편의시설 등은 올해 말 착공, 늦어도 2013년 완공된다.

■'즐김터' 산업단지

말 그대로 산업단지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가족문화예술한마당행사, 음악회, 체육행사, 그래피티아트, 공연, 각종 강좌 등 셀 수 없이 다양하다. 근로자 육아부담 완화 차원에서 보육시설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서울디지털단지에 운영 중인 공립보육시설을 시화, 남동, 광주첨단지 등 3곳에도 설치할 예정이다.

산업단지는 2009년 기준, 전국 제조업 생산의 62%, 수출 79%, 고용 42%를 담당하는 등 지난 40여년간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주역이다. 하지만 도심화에 따른 지가상승, 입주기업 영세화, 업종구조고도화 미흡, 도로·주차장·녹지 등 기반시설 취약, 생산공장 집적으로 연구개발 및 비즈니스 지원 인프라 부족, 청년 근로자 외면과 같은 문제점도 동반했다.


산단공 산업입지연구소 조혜영 입지정책팀장은 "QWL밸리 조성은 산업단지 구성주체인 기업, 근로자 모두가 가치를 공유하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주변 환경 및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건폐율·용적율 상향과 저리융자, 정책자금지원, 사업추진 절차 간소화, 중장기 마스터플랜 수립, 도시계획과 조화 등 단계·전략적인 정책과 민간참여 활성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2011년 6월 현재 전국 928개 단지의 6만1732개 업체에서 166만10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연간 생산액 475조5000억원, 수출액 1969억만달러이다.

/jjw@fnnews.com정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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