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잠재력 높이기, 서비스산업에 답 있다"

      2012.01.03 16:58   수정 : 2012.01.03 16:58기사원문

■대담= 김용민 정치경제부장

(우리 경제가) 단기적인 성장부침이 있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어떻게 높일지다. 이 점에서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서비스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현오석 KDI 원장은 2일 서울 회기로 KDI 원장 집무실에서 가진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총생산(GDP)에서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라며 서비스산업이 생산성을 높일 여지가 상당히 있다고 지적했다. 유망분야로는 설계, 마케팅, 디자인, 컨설팅, 의료 서비스, 교육 서비스 등을 꼽았다.

현 원장은 그러나 "서비스산업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규제가 문제"라며 특히 영리의료법인 문제를 꼬집었다.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지적되는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대출기관에 대한 감독 강화와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최대 화두가 되고 있는 복지정책에 대해서는 취약계층 등 지원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복지와 근로를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유독 선거가 많은 것 같다.


 ▲올해 58개 나라에서 선거가 있다. 아시아에서 우리나라, 대만, 중국, 인도, 북미에서는 미국, 중남미에서 멕시코, 유럽에는 프랑스, 러시아 등이다. 전 세계가 정치논리에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08년에 비해 훨씬 더 국제적 코디네이션(조정)이 어려워졌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선거 때문에) 대외적 문제를 치고 나가기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유럽 재정위기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는지.

 ▲완전히 해결되긴 어렵고 봉합수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해결방법은 세가지다. 첫번째는 채무 탕감이다. 독일이나 프랑스 채권자들이 그리스 국채에 대해 탕감해주는 것이다. 두번째는 구조조정이다. 임금상승을 억제하고 공무원 수를 줄이고 재정을 축소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일시적인 유로존 탈퇴다. 그리스 같은 나라가 일시적으로 유로존을 탈퇴해 유로존 가입 이전에 사용했던 드라크마(Drachma) 같은 독자적 화폐를 사용하고 화폐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가지 해결책 모두 관철되기 어렵다. 때문에 재정원칙을 지키라고 압력을 가하면서 지원자금 풀을 늘려서 시장을 안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재정위기국들의) 경제가 회복되고 구조조정이 진행돼야 한다.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우리나라 금융시장 영향은 어떤가.

 ▲자본시장이 개방되면 외국사람들이 그 나라 경제만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게 아니다. 자기네 나라 사정이 나빠져도 돈을 뺀다.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좋아도 자기네 경제가 나쁘면 돈을 뺀다는 얘기다. 올해 걱정되는 게 금융시장 경색 가능성이다. 유럽 재정위기국에 돈이 물려있는 나라에서 그런 액션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채권을 좀 가지고 있는 미국도 연쇄적으로 돈을 뺄 가능성이 있다.

 ―미국 시장도 좋지는 않은 것 같다. 올해 미국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미국에서 요즘 교과서적인 정책이 잘 먹히지 않는다. 돈을 풀면 승수효과에 따라 소비가 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이유는 가계부채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 가계부채는 가처분소득 대비 110% 수준이다. 서브프라임(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발생 당시의 130%보다는 낮아졌지만 1990년도 초 70%에 비하면 높다. 돈을 풀어도 사람들이 소비 안 하고 빚을 갚으니까 내수 활성화가 안 된다. 내수 활성화가 안 되면 고용이 안 늘어나고 다시 소비가 안 늘어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미국이 수출 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는 이유다. 중국 위안화 환율을 계속 문제삼는 것도 미국의 내수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도 올해 경제전망을 하향조정하고 있다. 지난해 4월보다 9월 전망치가 낮아졌고 올해 1월에 다시 낮춰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 등 아시아 경제 전망은.

 ▲선진국보다는 경제성장률도 높고 정책수단 면에서 스페이스도 있다. 다만 걱정스러운 것이 중국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40%로 여전히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세계경제가 나빠지면서 수출이 줄어들어 9% 이상의 고도성장이 쉽지 않다. (일부에서 우려하고 있는) 중국경제의 하드랜딩(경착륙) 위험요인은 세가지다. 수출과 부동산 버블, 부실대출이다. 결론적으로 하드랜딩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담보대출 비중이 높지 않고 자본시장도 개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 자신도 벅차기 때문에 이전처럼 세계경제를 리드하진 못할 것이다.

 ―정부가 올해 내수중심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는데 현 상황에서 가능하겠나.

 ▲내수가 상대적으로 수출에 비해 좋다는 것이다. 올해 (KDI가 예상한 실질 경제성장률 3.8% 중)내수의 기여비중이 3.2%, 수출이 0.6%로 예상된다. 내수가 좋다기보다는 경제 성장동력이 내수 쪽으로 간다는 의미다. 지난해와 다른 점은 내수에서 설비는 많이 늘어나지 않겠지만 건설 등은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건설이 워낙 바닥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은 항상 전망치보다 오버슈팅(과대)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 수출이 상당히 경쟁력 있다는 얘기다. 대기업 중심으로 제품 품질이 업그레이드되고 마케팅도 잘 되고 있다. 올해는 달러기준으로 수출이 1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단순히 세계경제 상황만 보면 한자릿수 성장이겠지만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하고 기업들이 업그레이드되면 두자릿수 성장이 가능하다고 본다.

 ―해외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의 경쟁력은.

 ▲마켓셰어가 계속 늘어나는 것을 보면 상당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휴대폰과 반도체 등이 경쟁력을 갖췄다고 본다. 앞으로가 문제다. 지금까지 우리는 벤치마크할 대상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다른 기업들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갑자기 상황이 이렇게 되니 마켓셰어를 유지하는 방안을 찾지 않으면 다른 기업들에게 쫓기게 됐다. 중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가 문제다. 정부와 KDI가 서비스업에 관심을 두는 이유다. 도소매나 숙박업이 아니라 설계, 마케팅, 디자인, 컨설팅, 의료 서비스, 교육 서비스 등의 생산성 높일 여지가 상당하다. 문제는 규제다. 의료 서비스 같은 경우 영리법인 허용 문제가 있는데 여러 가지 규제 때문에 못 나가고 있다.

 ―영리법인 논의를 다르게 시작했더라면 좋았을텐데.

 ▲전략을 잘 짰어야 했다. 의료산업은 자본집약적 산업이다. 의사들이 반박할지 모르겠지만 이제 명의는 없다. 좋은 의료장비가 명의다. (병을) 들여다보는 데 엄청난 장비가 필요하고 자본조달이 필요하다. 병원들이 자본조달하기 위해 채권발행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하지 못한다.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영리로, 시혜적 차원에서 병원이 자본조달하라고 하면 어렵지 않겠나. 병원 법인화를 인정해서 자본조달을 하게끔 해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일반적으로 경제영토를 넓히고 시장을 확대한다는 두가지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특히 미국시장에 왜 다들 들어가려고 하는가를 잘 살펴봐야한다. 그 이유는 미국시장이 테스트밸류(제품의 경쟁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미 FTA로 미국시장 진입 문턱이 낮아졌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빨리 시장점유율을 선점해야 한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제통화기금(IMF)도 경고성 발언을 했는데.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세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수준 자체가 높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훌쩍 넘었다. 두번째로 속도가 빠르다. 경제성장률보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더 높다. 세번째로 가계부채 구조상 변동금리가 많다. 금리가 바뀌면 이자가 바뀌기 때문에 금리인상 등 정책을 쉽게 하지 못한다. 가계부채는 분명 우리 경제의 적신호다. 그러나 원샷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시간을 갖고 해결해야 한다. 해결방법 중 하나는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을 철저히 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돈이 필요한 어려운 사람들을 가계부채가 아닌 재정차원에서 도와주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가계부채가 가처분소득 대비 130%에서 110%로 떨어졌는데 그 이유는 개인이 빚을 갚기 시작한 것도 있지만 정부가 도와준 것도 있다. 안타까운 것은 가계부채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게 KDI가 금리인상을 주장했었는데 지금은 시기가 늦었다는 점이다. 지나간 건 할 수 없고 기대 인플레이션 문제가 있으니 중앙은행이 확고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바람직한 복지정책 방향은.

 ▲복지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데 이의가 없지만 우선순위가 있어야 한다. 특히 지출 사이즈에 제한이 있는 경우에 말이다. 빈곤층과 4대보험이 커버하지 못하는 곳에 지출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현재 고용보험의 경우 커버하는 비율이 40%밖에 안 된다. 또 복지가 근로와 연결되어야 한다.
고령화 사회에서 정년을 늘리고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줘야 한다. 대신 임금이 조정돼야 한다.
정년을 얼마 늘리면 임금을 얼마 낮춰야 한다는 방향으로 정책을 유도해야 한다.

/정리=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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