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전전하며 무전취식하던 20대 미혼모 형집행 정지
2012.01.03 18:03
수정 : 2012.01.03 18:03기사원문
검찰 관계자들이 딱한 처지에 놓인 20대 미혼모를 돌보며 무사히 분만토록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3일 수원지검 성남지청 등에 따르면 고등학교 때부터 인터넷 중독 증상과 잦은 가출로 부모와 심한 갈등을 겪은 서모씨(23·여)는 가출 이후 친구들과 떠돌이 생활을 하며 PC방에서 라면 등으로 식사를 대신하고 PC방 의자를 잠자리 삼았다.
바닷가 등지에서 생필품을 팔기도 했지만 특별한 수입이 없다 보니 무전취식 사기 전과가 21회에 달했다.
서씨는 지난해 1월 4일 경기 성남 성남동의 한 PC방에서 음식비와 이용요금 등 모두 9만300원을 내지 않아 성남지법에서 벌금 50만원형이, 같은 해 9월에는 같은 혐의로 징역 4월의 형이 확정됐다.
서씨는 벌금을 내지 않아 같은 해 11월 21일 성남 신흥동의 한 PC방에서 검거돼 성남지청 당직실로 인계됐다. 벌금 50만원을 낼 능력이 없고 보호자 또한 버린 자식이라며 신병인수를 거부했다. 서씨는 게다가 임신 9개월이었고 다리 부종이 심각해 거동도 불편한 상황이었다.
성남지청 형 미집행자 검거 집행팀(미집팀)은 형을 살아야 할 서씨에 대해 형집행정지 조치 등을 우선적으로 취했다.
문제는 서씨를 보호해 줄 수 있는 마땅한 시설이 없었다는 점이다. 미집팀은 각종 복지시설과 여성가족부, 경찰병원 등 서씨를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을 찾았지만 매번 거부당했다. 성매매 피해자 지원시설은 자격 요건이 안 된다는 이유로, 미혼모 보호시설 역시 입소 조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퇴짜를 놨다는 것이다.
미집팀은 만삭인 서씨가 영하의 날씨에 거리를 배회하면 안된다고 판단, 다른 방법을 찾았다. 결국 구치소에서 형집행을 하며 구치소 치료병동 보호가 대안으로 제기돼 성동구치소를 알아봤지만 치료 병동은 이미 차 있었다. 서씨는 차량으로 4시간 가까이 이동하면서 3차례나 입소가 거부돼 심신이 지쳐 있었다.
미집팀은 서씨의 건강을 우려, 우선 경찰병원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경찰병원은 병원 특성상 야간 산부인과 진료의가 없고 서씨는 미집행자여서 경찰병원 입원이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미집팀은 가까운 종합병원을 찾았다. 박대영 수사관은 당시 서씨가 병원으로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 경찰과 검찰에 대해 극도의 증오심을 표출했다고 기억했다. 다음 날 새벽 서씨는 진통을 시작했고 3시간 만에 3.4㎏의 여아를 자연분만했다.
박 수사관은 "엄동설한의 심야에 길거리에서 서씨 신병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어땠을까 오싹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서씨는 형사소송법상 임의적 형집행정지 대상자로, 오는 22일까지 형집행정지됐고 이후 4개월간 복역해야 한다.
서씨는 병원에서 퇴원, 보호시설로 이동하면서 분노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그동안 들인 경비 일부로라도 써달라"며 자신이 갖고 있던 전 재산 '3000원'을 수사관에게 내놓고 자신의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fnchoisw@fnnews.com 최순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