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싱퀸’ 배우 황정민 "코믹,순수,열정..딱 접니다"

      2012.01.11 15:16   수정 : 2012.01.11 15:16기사원문

"키득키득하면서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었어요.제가 실은 유쾌한 사람입니다. 그렇게 진지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영화배우 황정민(42).그에게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건 그 유명한 '밥상 수상 소감문'일 것이다. "감독,스텝들이 힘들여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올려놨을 뿐"이라는 게 요지였던 그 소감말이다.그 '밥상 소감'을 안긴 영화 '너는 내운명(2005년)'은 그의 대표작이다. 그 무렵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역시 배우 황정민의 존재감을 관객의 뇌리 깊숙히 각인시켰다.
그 뒤 꾸준히 작품을 했지만 흥행은 된 것도 있고,안 된 것도 있다. 하지만 공통점은 황정민을 통해 그려진 영화속 인물은 하나같이 리얼했다는 사실 아닐까.

이 묵직한 연기파 배우가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으로 나온다. 19일 개봉하는 영화 '댄싱퀸'에서 그는 상대역 엄정화와 함께 처참히 망가지고 다시 일어선다. 변호사 출신 서울시장 후보 황정민과 '신촌 마돈나'로 이름을 날렸던 엄정화의 좌충우돌 로맨스. "지난해 '모비딕','부당거래'를 끝내고 무조간 이번엔 재미있는 걸 하자 마음 먹었어요. 최근 한국영화가 너무 어두웠잖아요. 윤제균 감독(JK필름 대표)이 '부당거래' 시시회 직후 제의를 하셨어요.제가 제일 먼저 물은 건 이거였습니다. '그거 정말 재미납니까?'"

이전에 코믹한 캐릭터를 안해 본 건 아니지만 이번처럼 "대놓고 하는 코믹은 또 처음"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노팅힐','러브 액츄얼리'같은 영화를 하고 싶다"며 "로맨틱 코메디가 잘 맞는 장르"라고도 했다.

영화에선 황정민,엄정화가 본명을 쓴다.두 배우의 실제 모습도 많이 투영돼있다. "이름을 그대로 쓰니 어디 도망갈 데도 없었어요. 이제껏 출연작중 가장 제 모습에 근접한 인물입니다."

시골에서 서울로 전학온 초등학생 꼬맹이 황정민이 학교서 만난 첫 짝궁이 엄정화다. 황정민은 원한 건 아니지만 동네 목욕탕에서 발가벗은 몸을 엄정화에게 들키기도 한다. 세월은 흘러 연대 사회체육학과 학생 엄정화와 고대 법학과 황정민이 버스에서 재회한다. 한때 신촌을 호령했던 엄정화는 고시생 황정민과 결혼한 뒤 동네 에어로빅 강사가 되고 늦깎이 사시 합격생 황정민은 별 볼일 없는 변호사 생활을 한다. 그러다 우연히 지하철역에서 선로에 빠진 행인을 구하면서 시민영웅으로,TV 스타 변호사로 유명해진 황정민은 급기야 집권 여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까지 오른다. 이 과정에 자신의 꿈을 찾겠다며 '걸그룹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가 시장 유력후보 부인 엄정화다.

영화속 황정민은 정치적 야망을 불태우는 인물은 아니다.굳이 삶의 철학을 유추하자면 '하루하루 적당히 즐겁게,대신 진심으로 살자' 이 정도다.때론 비겁한 찌질남이기도 하다.이런 그에게 '시장의 꿈'으로 두 주먹을 불끈 쥐게 한 건 기성 정치인의 구태와 오만,무책임이다.사실 스토리만 보면 새로울 건 없다. 영화속 TV 토론회에서 보여준 황정민 후보의 정견만 놓고보면 동의안할 사람들도 있다. 자칫하면 구식 코믹 정치물로 빠질 수 있는 영화지만 황정민은 근사하게 균형의 힘을 발휘한다.황정민은 "재미있다,웃긴다 이런 반응일 줄 알았는데 최근 시사회를 보면 '감동적이다'는 말까지 나와요.고마울 뿐"이라고 말한다.그는 "대본을 든 순간 이건 꿈을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이해했다.영화를 본 관객이 내 꿈은 뭐였지? 돌아볼 수 있다면 성공한 것"이라며 웃는다.

황정민이 꼽는 '댄싱퀸'의 명장면은 마지막 시장 후보 전당 대회씬이다. "가족은 다스려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서울시민도 마찬가지라는 대사가 나오는 그 장면이요.단순한 그말이 제 가슴에 참 오래 남았습니다. 황정민 후보는 순수하면서 솔직하게 들이대는 사람이에요. 세상에 가장 무서운 사람이 그런 사람 아닐까요.하하."

10일 오후 볕좋은 서울 삼청동 까페에서 만난 황정민은 스크린에서 본 모습보다 훨씬 날렵하고 훤칠했다. 경남 마산이 고향인 그는 유년시절엔 농구에 빠져 산 적도 있었다. 농구특기생으로 중학교에 들어가자 전직 중학교 물리 교사 어머니는 "예체능은 안된다"며 그를 서울로 전학시킨다.하지만 복병은 의외의 곳에서 또 터졌다. 이번엔 중학교 단체 관람으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윤복희의 뮤지컬 '피터팬'을 본 뒤 무대에 홀린 것이다.계원예고,서울예대를 거쳐 1994년 대학로 학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했고 영화는 2000년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첫 발을 디뎠다. 지금은 연극,뮤지컬,TV 드라마,영화 장르 구분없이 종횡무진 다닌다.
최종 목적지가 어디냐고 묻자 그의 대답은 이랬다."전 미래를 생각 안해요. 계획같은 건 없어요.당장 지금만 봅니다.
일할 땐 맡은 것말고는 아무 생각 안해요.몰입하죠.하지만 일이 끝나면 말 그대로 백수에요.멀리 여행가는 것도 즐기지 않아요.집이 제일 편해요.가족이 제일 좋습니다.영화속 황정민처럼요.하하."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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