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27% "신혼집 마련 돈 보태겠다"

      2012.01.20 17:11   수정 : 2012.01.20 17:11기사원문

 회사원 정모씨(32)는 올봄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 마련을 위해 예비신부와 함께 동분서주하고 있다.

 직장생활 3년차인 정씨는 그동안 3000만원 정도를 모았고 부모님으로부터 5000만원을 도움받기로 했지만 서울에서 신혼집을 고르기는 여간 어렵지 않았다.

 서울 외곽지역의 공급면적 83㎡ 이하 아파트 전세가는 이미 2억원 내외로 올라 있었다. 정씨는 "예물이나 혼수 등의 비용을 줄이고 집값에 보탰으면 하지만 여자친구에게 선뜻 말을 꺼내기는 어렵다"고 털어놨다.

 최근 전세가 급등으로 신혼집을 장만해야 하는 예비부부들의 부담이 늘어나자 신랑과 신부가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가 웨딩컨설팅 업체 듀오웨드에 의뢰해 지난 7~16일 인터넷 설문조사(남 57명, 여 138명)한 결과 신혼집 마련 비용을 '남녀 반반씩 부담'(23.6%)하거나 '경제적 능력이 있는 쪽이 더 부담'(18.5%)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42.1%에 달했다. 신랑은 신혼집, 신부는 혼수를 마련하는 전통적 인식이 상당히 희석된 결과다.

 남녀 간 응답률을 보면 오히려 여성쪽에서 신혼집 비용을 분담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남성들은 신혼집 구입에 따른 자금 부담을 남녀 반반씩 지는 것에 대해 14%만 좋다고 했으나 여성은 27.5%가 찬성했다. 반면 경제적 능력에 따라 분담하는 방식에 찬성하는 비율은 남성 21.1%, 여성 17.4%였다. 남성들의 경우 경제적 능력에서 차이가 나는 경우가 아니라면 여성쪽에 기계적으로 절반을 부담시키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신혼집을 남자가 마련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자유롭지 못한 셈이다.

 또한 신혼집은 신랑이, 혼수는 신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이 55.1%인 데 비해 남성은 64.9%를 차지했다. 이 역시 남성들이 전통적 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중압감을 더 많이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또 하나의 특징은 수억원에 달하는 신혼집 비용을 부모님께 의탁하지 않고 스스로 마련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여성의 경우 부모의 지원 없이 부부가 스스로 마련하겠다는 답이 40.6%였고 '약간만 지원받는다'가 21%였다. 남성은 스스로 마련 14%, 약간만 지원 54.4%였다.


 듀오웨드 김효진 총괄실장은 "결혼을 현실로 인식하고 합리·계획적으로 준비하는 인식은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생각되고 결혼비용 분담 문화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된다"며 "다만 두 사람 간 합의가 이뤄졌다 해도 부모님과도 충분히 상의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khchoi@fnnews.com 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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