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철강업계 후판값 협상 물꼬 트나
2012.01.25 17:48
수정 : 2012.01.25 17:48기사원문
과거 국산 후판이 부족할 때 양 업계가 상시적으로 만나는 대화채널이 있었지만 흐지부지됐고, 최근 1∼2년 새 국내 후판생산능력이 크게 확대돼 시장 환경이 바뀐 이후 이 같은 정기적인 업계 간 만남은 처음이다.
최근 조선용 후판가격을 놓고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만남이 가격 협상에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후판가격을 놓고 협상 중인 철강·조선업계는 각 협회가 중심이 돼 오는 31일 영업.구매담당 실무자들이 만난다.
철강협회·조선협회와 함께, 철강업계는 포스코, 동국제강, 현대제철 등 3개사 후판 영업담당, 조선업계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 한진중공업 등 5개 조선사 구매담당 실무자들이 참석한다.
이에 앞서 이달 초 남상태 조선협회장(대우조선해양 사장) 등 조선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정준양 철강협회장(포스코 회장) 등을 만나 "선박 건조 원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후판 가격을 안정화해줄 것"을 요청했고, 이에 정 회장은 "저가 수입산 범람으로 철강업계도 어려움이 많다. 양 업계가 윈윈하는 방안을 찾아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번 실무자들의 만남은 후판 수급시장과 관련,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고질적인 입장 차이를 해소하고 상생협력을 위한 상시적인 대화창구를 만들자는 데 두 업계가 공감했기 때문. 이 자리에서 양 업계는 구체적인 수급 시장자료 등을 통해 국제 거래가격, 외국산 수입 문제 등 현안을 이해하고 입장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실무자 만남은 국가 주력산업인 양 업계가 공식적으로 만나 이야기하고 서로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상생 방안 등을 찾아보자는 취지"라며 "양 업계가 지속적인 만남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와 수급 통계 등을 토대로 서로의 입장을 내고, 이를 청취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철강·조선업계는 영업이익을 좌우하는 후판 가격에선 늘 입장차이가 크다. 양측은 현재 1.4분기 후판 가격을 놓고 줄다리기 중이다.
조선업계는 철광석, 유연탄 등 최근 철강 원재료 가격이 10∼20%이상 하락한 점을 들어 조선용 후판 가격을 t당 10만원 이상 낮춰달라는 요구다. 포스코와 동국제강의 후판생산 증설, 현대제철의 후판시장 진입 등을 들어 '공급과잉'이라는 점도 들고 있다. 또 원재료(후판 등 철강재)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30% 안팎으로 높아, 조선경기 불황 속에 원재료 가격 상승 여파로 지난해 하반기 영업이익률이 한자릿수로 크게 떨어졌다는 것.
마찬가지로 수익성 악화가 걱정인 철강업계는 경기불황으로 최소마진을 남기는 상황에서 추가 가격 인하에 난색이다.
특히 조선사들이 일부 범용제품의 경우 중국산을 수입하는 등 대체 비중을 늘리고 있고, 이런 상황이 국산제품 가격을 끌어내리면서 철강업계는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게 철강업계의 입장이다. 고질적인 과잉생산의 중국, 내수침체의 일본업체가 우리나라에 저가로 밀어내는 수입산이 국내 후판가격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현재 조선용 후판 기준가격은 t당 111만원. 실거래가는 할인을 적용해 기준가보다 10만∼2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최근 밀려들고 있는 중국산 저가 후판 가격은 80만원 후반대에서 90만원 초반이다. 공급과잉의 일본산 가격도 이와 비슷하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