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소화기계 7개 장기 동시 이식 성공
2012.02.16 14:46
수정 : 2012.02.16 14:46기사원문
"이제 저도 밥을 먹을 수 있게 됐어요."
7세인 은서는 음식물 소화기능이 거의 없어 먹는 것도 다 토해버리고 먹은 음식이 흡수되지 못하는 희귀질환에 걸려 영양제 수액을 통해서만 영양보충을 해왔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에서 간, 췌장, 소장, 위, 십이지장, 대장, 비장 등 소화기계 장기 7개를 동시에 이식해 새로운 삶을 얻게 됐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병원 소아외과 김대연 교수팀은 지난해 10월 12일 만성 장 가성 폐색 증후군(이하 만성장폐색증후군)으로 6년간 투병해 온 조은서양에게 뇌사자의 복강 내 간, 췌장, 소장, 위, 십이지장, 대장, 비장 등 7개의 동시 장기이식을 시행해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정상적인 사람은 음식물을 섭취한 후 활발한 장운동을 통해 음식을 소화시키고 영양분을 흡수한다. 하지만 만성장폐색증후군 환자는 장 운동 자체가 없어 음식을 먹는다 해도 다 토해버리고 칼로리의 30% 정도밖에는 흡수하지 못한다. 나머지 70%는 주사제로 보충해야 한다.
전국에 환자가 10명 내외일 정도로 그 수가 적다. 지금까지 알려진 1년 생존율은 87%, 4년 생존율은 70%로 알려져 있고 장기이식이 유일한 완치법으로 알려져 있다.
조양은 지난 2005년 미숙아로 태어나 만성장폐색증으로 진행되어 4살도 채 되기 전 꼬인 위를 정상적으로 만들어주는 위염전 수술 등을 받았다. 이후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장 때문에 항문으로 대변을 보지 못해 운동기능을 손실한 결장을 우회하는 대장루술을 시행하고 지내왔다.
수술 후에도 반복되는 장폐색과 몸속 전해질불균형, 염증 등으로 복강 내 위, 간, 소장, 대장 등 주요 장기가 거의 기능을 하지 못해 영양주사로 겨우 영양을 공급하며 투병생활을 지속했다.
김 교수는 "소아 장기이식은 혈액형, 장기 크기 등의 문제로 성인 장기이식보다 훨씬 어렵고 성공할 확률이 낮다"며 "조양의 경우 장기를 기증한 소아 뇌사자와 많은 부분이 적합했다"고 설명했다.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은 조양은 수술 후 4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떼고 자가호흡이 가능해지는 등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또 9일째부터 위루관을 통한 음식 섭취가 가능해졌고 20일째부터는 입으로 죽을 먹기 시작했으며 한 달째에는 6년 넘게 맞아온 영양주사를 끊고 식사로만 영양섭취가 가능해졌다.
한편 서울아산병원 소아간이식팀은 소아를 대상으로 국내 최초로 1994년 생체간이식에 성공한 이후 담도폐쇄증, 급성간부전, 윌슨병, 간세포암과 그 외 대사질환이나 혈액응고장애 등의 희귀병 환자들에게 간이식 수술을 시행한 바 있다.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