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금융지주 출범

      2012.03.01 21:49   수정 : 2012.03.01 21:49기사원문
 지난해 3월 단행된 농협법 개정에 따라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해 탄생하는 농협금융지주가 2일 본격 출범한다. 경제지주회사는 농산물 판매와 유통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농협중앙회 밑에 사업부 형태로 있던 은행기능과 보험사업은 금융지주회사 밑으로 들어간다.

 이에 따라 농협금융은 은행과 생명보험·손해보험을 새로 설립하고 기존 증권과 선물·자산운용·캐피털 등 7개 자회사를 금융지주사에 편입시키게 된다.

 ■5대 금융지주 시대 개막

 농협금융의 출범은 당장 금융권에 커다란 지각변동을 몰고 올 예정이다.
기존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에 이어 5대 금융지주 체제로 금융권이 재편된다. 농협금융지주회사의 자산은 지난해 말 240조원이었다. 우리금융(372조원) 하나금융+외환은행(366조원) KB금융(363조원) 신한금융(337조원)에 이어 다섯 번째다.

 농협금융지주는 2013년까지 다른 금융지주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해 국내 선도은행으로 도약하고 2020년에는 자산 420조원, 연간 순익 3조7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내 덩치를 2배 가까이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농협금융은 전국에 퍼져 있는 점포망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농협은행의 전국지점은 1172곳에 달해 시중은행 가운데 지점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1160여개)을 웃돌고 있다. 여기에 전국에 퍼져 있는 '상호금융'에 속하는 지역 농협은 1165개로 영업점은 4449개, 거래고객은 2800여만명이다. 1,2금융권을 합한 농협 전체의 점포 수는 5621개, 거래고객은 4700여만명, 자산규모는 450조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보험업계에도 큰 판도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NH농협생명과 NH농협손해보험은 보험업법의 적용을 받아 그동안 제약을 받아왔던 변액보험, 자동차보험 시장까지 사업을 확대할 수 있게 된다.

 NH생명은 단위 조합의 방카슈랑스 규제를 5년간 유예받아 4400여개 조합을 동원해 공격적인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보험 설계사 인력은 1500명 수준이지만 최근 주요 생보사에서 영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NH생명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산 32조원 규모로 삼성생명(150조원), 대한생명(66조원), 교보생명(62조원) 등 '빅3' 다음이다.

 업계 9위 수준인 손해보험은 자동차보험 등으로 사업영역을 급속히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금융지주회사가 출범하면 '조합조직'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제약을 받았던 족쇄에서도 풀려나게 된다. 에전에는 출자한도 규제 때문에 인수합병(M&A)을 시도하기가 어려웠으나 앞으로는 국내외 각종 금융회사들을 사들일 수 있다. 이로 인해 에르고다음다이렉트, 그린손해보험 등 매물로 나온 손보사들의 새 주인으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해외 법인을 설립하는 데도 제한이 없어진다. 시장에서는 농협금융지주가 'M&A업계의 큰손'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많다고 보고 있다.

 ■청사진 불구 난제도 산적

 야심차게 출범하는 농협금융지주지만 그렇다고 청사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농협의 신·경 분리를 위해 현물출자할 1조원 규모 주식의 종류와 저배당률을 둘러싼 논쟁 등이 여전하다. 현재 정책금융공사가 보유한 한국도로공사가 가장 유력한 출자 종목으로 거론되지만 농협은 낮은 배당률을 적용받을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또 농협이 도로공사 주식을 받을 경우 정책금융공사에 대한 배당률을 1% 이하로 적용하기로 한 데 대해 정책금융공사는 지나친 저율배당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약속한 1조원 현물출자가 농협법에 정한 면세 시한인 1일을 넘겨 금융지주에 출자가 이뤄지면 농협 입장에선 약 385억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무엇보다 지난해 4월 최악의 전산사고를 겪은 이후 땅에 떨어진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농협은 지난해 4월 전산사고 이후 같은 해 5월과 12월, 올해 1월, 그리고 2월 23일까지 크고 작은 전산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 농협은 사업구조 개편 당일인 2일 0시부터 5시까지 금융 서비스를 중단하고 전산 시스템을 점검하기로 했다.

.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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