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석 서울로봇고 교장 "농업용로봇 개발, 식량난 해결할 것"
2012.03.14 17:29
수정 : 2012.03.14 17:29기사원문
짧은 공직생활에 이어 30년간 굴지의 기업에 몸담았던 인생을 접고 교육계에 뛰어든 전문기업인 출신 50대가 있다. 노태석 전 KT 부회장(58·사진) 이야기다. 올해 KTis 대표이사를 끝으로 청춘을 바친 KT를 떠난 노 전 부회장은 지난 5일 서울로봇고(옛 강남공고) 교장에 취임하면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그는 서울로봇고가 지난해 12월 마이스터고(특수목적고)에 지정된 이후 개방형 공모제를 통해 선발된 교장 1호다. 지난 13일 서울 일원동 서울로봇고에서 만난 노 전 부회장은 "기업을 떠난 사람인데 부회장이란 호칭보다 교장으로 불러 달라"며 멋쩍어했다. 교장 취임 이후 그의 생활도 많은 변화가 있다. 노 교장은 "분당 집에서 학교까지 직접 차로 출퇴근하는데 길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며 "얼마 전까지 기사가 운전하는 업무용 차량이 새삼 편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평생 정보통신기업에서 일했던 그가 로봇특성화고 교장으로 교육계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노 교장은 "정부가 로봇산업협회를 통해 마이스터고에 지정된 서울로봇고 교장 공모에 응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고등학교도 제대로 안 나온 내가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지만 스펙보다 기업 경영을 접목시킬 사람을 찾는다는 취지에 결심을 굳혔다"고 전했다. 가난한 집안 환경 때문에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졸업했지만 독학으로 기술고등고시에 합격, 체신부 사무관을 거쳐 KT 최고경영자(CEO) 자리까지 오른 그였기에 겸손함이 묻어났다.
사실 그는 오래전부터 로봇분야에 투신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언젠가 KT를 그만두면 로봇 관련 일을 꼭 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잠재력이 큰 로봇산업의 인재를 키울 수 있고 나중에 로봇 쪽 일을 할 때 내 자신에게도 좋은 밑거름이 될 것 같았다"고 전했다. 식량난 해결에 도움이 될 농업용 로봇 개발이 남은 인생의 꿈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50대 나이에 KT를 떠나야 했지만 별다른 소회는 없었다. 다만 정보기술(IT)의 놀라운 발전 속도에 맞춰 KT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휴대폰이 처음 나왔을 때 집전화를 대체하지 못할 거라고 했지만 결국 고객은 편의성을 추구하게 된다"며 "요즘 스마트폰을 보면서 통신회사인 KT가 로봇 같은 차세대 성장동력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노 교장은 2006년 KT 마케팅부문장 시절 유아용 학습로봇인 '키봇' 개발을 진두지휘한 주인공이다. 그는 고령화시대에 접어들면서 로봇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사회가 고령화될수록 인건비 부담이 커져 로봇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아울러 로봇이 각 분야에서 인간을 도와주는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로봇을 전략사업으로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비스로봇 개발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현재 국내 로봇의 80%인 산업용은 기업들이 알아서 하기 때문에 정부 정책은 서비스로봇에 집중해야 한다"며 "아직 초기 시장인 홈매니지먼트나 실버케어, 의료 분야 등이 적합하다"고 당부했다.
학교 운영에도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내년부터 마이스터고 첫 신입생을 받지만 학업 의지가 약한 지금의 재학생들을 건전한 사회인으로 키우는 게 우선 숙제"라며 "훗날 졸업생들로부터 '함께 해서 행복했습니다'라는 말을 듣는 교직자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