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피임약 17세 미만 처방전 없이 구입 안돼
2012.06.10 17:59
수정 : 2012.06.10 17:59기사원문
사후긴급 피임약(이하 사후피임약)을 약국에서 살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은 정말 시기상조일까.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이를 검증해 본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난 7일 사후피임약을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는 의약품 재분류(안)를 발표한 이후 의료계 반발이 거세다. 먼저 의료계는 사후피임약이 일반 피임약의 10배가 넘는 고용량 호르몬 제제이기 때문에 오·남용될 경우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특히 성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청소년들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선진국의 경우는 어떨까. 현재 사후피임약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스위스, 캐나다에서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된다. 10일 파이낸셜뉴스가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 사례를 조사한 결과 이들 선진국에선 대부분 사후피임약의 오·남용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청소년, 남성 판매 금지
영국의 경우 사후피임약은 16세 미만에겐 판매가 금지된다.
영국 NHS(National Healthcare Service)에 따르면 16세 미만 청소년이 사후피임약을 복용하려면 먼저 병원을 찾아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법으로 정해놓은 기준은 16세이지만 대다수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18세 미만 청소년에게 처방을 금지하고 있다.
본인이 사용할 목적이 아니면 구입할 수 없고 남성이 구입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사후피임약을 사기 위해 약국을 방문하면 약사는 정해져 있는 질문과 꼼꼼한 복약지도를 거쳐야 한다. 대체로 9~10가지 질문이 적힌 설문지에 답변한 후 사후피임약의 부작용과 복용 후 절차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문서에 사인을 해야 구입할 수 있다. 질문에는 나이와 복용 주체, 성관계 날짜, 마지막 생리 주기, 다른 의약품 복용 여부 등이 포함된다.
미국도 17세 미만은 처방 없이 사후피임약을 구입할 수 없다. 의무적인 것은 아니지만 약을 제공하는 약국이나 클리닉, 헬스케어센터 등에서 응급피임제에 대한 복약지도를 받을 수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사후피임약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연령제한이나 남성 구입 제한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의약단체, 종교계, 여성계, 시민단체, 언론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고 의견 수렴과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몸에 어떻게 작용하나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 사후피임약은 성관계 후 아침에 먹는다 하여 '모닝 애프터 필(morning after pill)'이라 불린다. 대부분 '레보노르게스트렐' 제제로 식약청이 이번에 일반약으로 분류한 노레보정과 성분이 같다.
유럽 국가에서 가장 흔하게 판매되는 사후피임약인 레보노르게스트렐 제제는 3가지 기전이 작용해 임신을 막아준다.
약을 복용했을 때 여성의 몸이 배란 전이라면 사후피임약은 배란을 막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사후피임약을 먹기 전에 이미 배란이 됐고 성관계 중에 이미 수정이 된 상태라면 레보노르게스트렐 제제는 수정란이 자궁벽에 착상되지 못하도록 막는다. 또 자궁 내 점액의 농도를 높여 정자가 침투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먹는 것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는 없지만 한 달에 한 번 이상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만일 약을 복용했을 때 이미 임신 중인 상태여도 임신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후피임약 복용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약은 72시간 이내 복용하는 것이 좋으며 성관계 직후 약을 복용하면 최대 95% 피임 효과를 내지만 48시간이 지나면 80%, 72시간이 지나면 60%로 피임 효과가 낮아진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