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만 켜면 나오는 날씬女에 중독된 한국
2012.06.15 10:47
수정 : 2012.06.15 10:47기사원문
#두 커플이 해변에 놀러갈 계획을 세운다. 한 여성이 자신의 옆구리살을 걱정한다. 해당 여성은 저칼로리 씨리얼을 하루 두 끼, 2주간 먹고 날씬한 몸매가 돼 빨간색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자신있게 나타난다. 일행들은 여성의 몸매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
최근 텔레비전에 자주 등장하는 농심켈로그의 '스페셜K' 광고다. 여름을 맞아 여배우들의 날씬한 몸매가 주목받고 있다. 얼마전 인기 방영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배우 김하늘의 비키니를 입은 장면이 눈길을 끈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화제를 모으는 인물들의 몸매는 날씬하기보다 마른 편에 가깝다. 실제 스페셜K의 광고모델인 배우 이수경의 프로필상 몸매 스펙(?)은 167㎝의 키에 몸무게 47㎏이다. 그의 신체질량지수(BMI)는 16.85로 정상범위(18.5~23)에 못미치는 저체중이다. 과거 다소 통통했던 이수경이 다이어트에 성공,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모델로 기용했다는 게 농심켈로그의 설명이다. 키 168㎝, 몸무게 48㎏인 김하늘의 BMI도 17.01로 저체중에 속한다.
지난 2010년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 7~69세 남녀 1만4016명을 대상으로 키와 몸무게를 조사했을 당시 여성 20~40대의 저체중 인구 비율이 2003년보다 급격히 늘었다. 특히 20대 후반의 경우 11.5%에서 15.7%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마른 몸 선호 현상은 패션계에서 시작됐다. 전 세계에 스키니진 열풍을 몰고 온 슈퍼모델 케이트 모스의 등장으로 이전까지 글래머러스한 모델들의 시대가 가고 비쩍 마른 제로 사이즈의 모델 열풍이 일었다.
문제는 이들이 등장하는 각종 미디어 매체의 영향으로 일반인들까지 열풍에 가담하기 시작한 것이다. 강남역이나 홍대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는 마른 몸매의 여성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회사원 김유진(27)씨는 "마른 여자들이 같은 옷을 입어도 더 예쁘기 때문에 솔직히 부럽다"고 말했다. 유학생 김지혜(가명)씨는 "프랑스에선 전혀 그렇지 않은데 한국만 가면 살찐 편"이라며 "동양인 중에서도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이 몸매에 민감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인터넷에는 일명 '미용 몸무게'라는 표가 떠돈다. 옷을 입었을 때 보기 좋은 몸무게란 의미다. 미용 몸무게는 표준 몸무게보다 8~10㎏가량 적다. BMI도 거의 예외 없이 저체중 범위에 속한다.
이화여대 홍종필 교수의 2005년 논문에 따르면 마른 몸매를 강조하는 대중매체에 많이 노출될수록 여성은 자신의 신체에 더욱 불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른 몸매를 보여주는 대중매체 환경 속에서 젊은 여성들이 신체적 우위를 보이는 광고 모델과 상향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3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지로 꼽히는 보그는 신체 이미지에 대한 보다 건강한 접근 방식을 패션 업계에 권장하기 위해 마른 모델을 잡지에 싣지 않겠다고 밝혔다. 업계 스스로 자성의 목소리를 낸 것이라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미디어에선 여전히 마른 몸의 여성을 내세우고 있다. 이화여대 김영욱 교수는 "미디어와 상업세력이 결합해 여성의 몸을 정형화시키고 있다"며 "너무 깊숙히 박힌 상업화를 깨려면 사회 전체가 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ys8584@fnnews.com 김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