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한국경제의 미래/한국은 지금, 창의적 발상 키우는 강연시대
2012.06.21 17:24
수정 : 2012.06.21 17:24기사원문
#1. 미국 애플사의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은 지난 5월 31일 서울 왕십리로 한양대 백남음악관에서 열린 '캠퍼스 정보기술(IT) 콘서트'에서 "온 세상이 당신에게 동의할 필요는 없다"며 창의적인 발상을 강조하는 강연을 해 청중의 큰 호응을 얻었다. 워즈니악은 고 스티브 잡스와 애플사를 공동 창업하기 전에 이미 세계 최초 개인용컴퓨터 '애플1'을 독자적으로 만든 주인공이다. 이날 강의는 평일 오전에 진행됐지만 워즈니악의 강의를 듣기 위해 중·고등학생부터 대학생, 직장인 등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에서 대거 몰렸다. 전북 익산에서 온 한 학생은 워즈니악이 개발한 구형 '애플2'를 직접 들고와서 컴퓨터에 사인을 받는 등 마니아들의 호응이 뜨거웠다.
#2. 지난 5월 16일 서울 잠실동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삼성그룹이 진행한 현장 소통형 청년 교육프로그램 '열정락(樂)서'에서 방송인 김주하씨가 평범한 여대생에서 첫 여성 단독 앵커가 되기까지 스토리를 풀어내자 환호와 탄성이 쏟아졌다. 또 신태균 삼성인력개발원 부원장과 세계적인 프리마돈나 조수미, 전 국가대표 탁구선수 현정화씨가 차례로 생생한 체험담을 들려주며 꿈을 갖고 도전하고, 좌절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날 청중은 1만2000여명이 몰렸다. 지난해 '열정락(樂)서'가 시작된 뒤 최대였다.
창조적 인재를 만들어내기 위해 교육현장이 변하고 있다. 창조적 인재를 닮고 싶어하는 학생들의 열망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기업 및 캠퍼스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기업의 창의적 젊은 인재 육성을 위한 소통 프로그램은 삼성의 '열정락(樂)서'가 대표적이다. 삼성그룹에서 진행하는 '열정락(樂)서'는 성공한 경영인들의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삼성SDI 박상진 사장은 자신이 부인과 결혼하게 된 데이트 비법을 소재로 삼성의 브랜드전략을 소개했고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은 의대 낙방, 좌천 등 자신의 실패 경험에 대해 가감 없이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삼성TV를 세계 1위로 이끈 삼성전자 윤 사장은 "울릉도 촌놈으로 태어나 고교를 5년이나 다녔다. 그러나 쫄지 않고 들이댔고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삼성 최고경영자와 저명인사, 연예인 등이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들려주는 이 행사에 올해 들어 4만명이 참여했다. 지난해의 2배를 넘는 인파다.
■창조기업, 젊은이와 소통
창조 경영자의 캠퍼스 방문은 삼성뿐 아니라 다양한 기업 등에서 이뤄지고 있다. 올해 대선의 유력한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지난해 가진 한국외국어대 경영전문대학원(MBA) 특강에서 '위기 속에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경영자론'을 펼쳐 미래 경영인들에게 깊은 감동을 줬다. 한국외대 MBA는 여기에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을 강연자로 초빙하기도 했다. 윤 회장은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 등 세계적인 골프용품 브랜드를 보유한 아쿠시네트 컴퍼니를 인수해 글로벌 최고경영자로 우뚝 선 인물이다. 그는 아디다스와 나이키 같은 글로벌 브랜드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아쿠시네트 인수를 위해 미래에셋, 산업은행, 노무라의 지원까지 얻어내면서 세계적인 경영자 대열에 섰다. 한국외대 MBA는 나아가 재미사업가 텔레비디오 황규빈 회장과 같은 글로벌 명사의 강연회도 최근 진행했다.
피터 슈라이어 기아자동차 디자인총괄 부사장은 연세대 경영대학에서 '제품 디자인과 브랜딩'을 주제로 지난 5월 31일 강연했다. 슈라이어 부사장은 독일 글로벌 자동차 업체인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디자인 총괄 책임자를 역임했고 지난 2006년 기아차에 영입됐다. 그는 기아차의 디자인 철학을 '직선의 단순함'으로 제시했다. '호랑이 코'로 대표되는 기아차 패밀리룩을 완성시킨 주인공이다. 그의 지휘 아래 출시된 K5, 쏘울, Venga, 스포티지 등은 세계 3대 디자인상인 독일의 레드닷 디자인어워드 및 IF 디자인어워드를 지난 2년에 걸쳐 수상하면서 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혁신적으로 바꾸었다. 슈라이어 부사장은 특강에서 "좋은 디자인이란 표면으로 나타난 장식이 아니라 고객, 사회, 기술,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고객을 감동시키는 것"이라는 디자인 철학을 전했다.
■창조인재 위한 교육기부도
현대자동차, 포스코, 롯데, 대우조선해양, 효성 등 주요 대기업들은 교육기부를 통해 젊은 세대에게 창의적인 마인드를 전수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유아부터 대학생까지 아우르는 교육 기부 로드맵을 만들어 한 해 6000명에게 교육 혜택을 주기로 했다. 또 자동차 산업 관련과가 있는 마이스터고와 과학고, 과학중점학교 교사들에게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 중이다.
포스코는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대학생들에게 창의 경영을 전수 중이며 300억원 규모의 창업기금을 조성, 지원하기로 했다. 롯데는 진로상담 교사를 대상으로 유통, 서비스, 제조 분야 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학생에게 직업 체험 기회를 확대하기로 했다. 효성은 마이스터고 및 특성화고에 특강, 인턴십, 우수학생 채용 기회 등을 제공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를 활용해 인재양성과 교육기부에 나서고 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