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증권사 수익성 추락

      2012.06.24 17:19   수정 : 2012.06.24 17:19기사원문

□한국 자본시장의 근간인 증권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반토막난 거래대금,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로 증시는 장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증권사들의 수익성은 최악의 상황으로 떨어지고 있다. 증권업계 곳곳에서 시름이 깊다 못해 비명이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는 비상경영에 돌입한 지 오래다. 파이낸셜뉴스는 위기에 처한 증권산업의 현황을 짚어보고 전문가들의 위기돌파 해법을 진단하는 시리즈를 3회에 걸쳐 마련했다.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길어지면서 증권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주가 하락에 따른 수익부진 악순환이 장기화되면서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당시에 못지않은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

수익은 대폭 감소하고 있는데 정책 리스크와 규제 리스크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18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함에 따라 증자에 나선 대형 증권사들이 자금 운용에 차질을 빚으면서 자기자본이익률(ROE)만 깎아먹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나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규제일변도 정책이 증권업계의 손과 발을 묶어 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거래대금 급감 수익성 악화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주식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5조6000억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평균은 7조50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월별로 보면 하락세가 뚜렷하다.

지난 1월 8조2000억원대를 시작으로 2월 지수 상승과 함께 9조8000억원대까지 증가했지만 이후 확연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3월에 7조6000억원대까지 떨어지더니 4월 6조9000억원대, 5월 6조2000억원대까지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브로커리지부문 수익이 전체의 50~60%가량을 차지하는 증권사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수익 가운데 브로커리지가 아직까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거래대금이 큰 폭으로 줄었다"며 "상황이 더 악화되면 지점 통폐합 등 구조조정도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교보증권 김지영 연구원은 "지난 5월 말 기준 일평균 거래대금은 6조2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9.0% 감소했으며 전년 동월에 비해서도 26.2% 하락했다"며 "실제로 국내 증권사의 손익분기점(BEP) 기준 일평균 거래대금이 6조5000억~7조원임을 고려한다면 최근 4~5월 증권사 실적은 부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경쟁 심화에 따른 수수료율 하락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IBK투자증권 박진형 연구원은 "증권사 평균 수수료율 하락은 2005년 이후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보급이 확대되면서 증권사 간 경쟁으로 한 단계 하락했고 최근 들어서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보급이 활성화되며 다시 한 단계 내려갔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수수료 인하압박

금융감독당국의 수수료 인하 압박도 거래대금 감소로 수수료 수익이 줄어든 증권사들의 경영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한국거래소 및 한국예탁결제원에 주식 및 선물거래 수수료, 증권회사 수수료 등을 20%씩 일괄 인하토록 하는 한편 증권사들의 자율적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일 증권유관기관의 수수료 인하가 이뤄졌지만 41개 증권사 가운데 동참한 증권사는 채 절반이 되지 않는다.
가뜩이나 위축된 업황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수수료 인하를 전격적으로 결정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대형증권사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수수료 인하에 동참키로 방침을 정하고 인하 시기와 인하폭 등을 놓고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증시침체 등으로 거래대금이 뚝 떨어진 데다 그동안 증권업계가 제살 잘라먹기식으로 수수료 인하경쟁을 벌여 사실상 추가 인하 여지가 없는데도 금융당국이 수수료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며 증권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sykim@fnnews.com 김시영 김호연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