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효채 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
2012.12.06 17:10
수정 : 2012.12.06 17:10기사원문
"폐이식 환자들은 빨리 병원에 오지 않으면 죽음에 이를 수 있습니다."
백효채 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사진)는 간이식과 신장이식은 흔하지만 폐이식 환자들은 이식을 해야 하는지조차 잘 몰라 병원을 늦게 오게 된다며 안타까워했다. 백 교수는 지난 1999년부터 현재까지 68건의 폐이식을 진행했다.
최근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긴 백 교수는 규모가 큰 병원에서 폐이식 환자들을 더 많이 치료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6일 백 교수에게 폐이식 시기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폐이식 대상이 되는 환자는.
▲흡연이 원인이 되는 폐기종 환자가 15%가량으로 가장 많다. 이외에 폐가 굳어지는 폐섬유증 환자, 가임기 여성에게 발생하는 폐에 꽈리가 생기며 커지는 평활근종증 환자,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 등이 대상이다. 폐섬유증은 가습기 유해물질, 폐동맥 고혈압, 골수이식 후 섬유화 등이 원인이다.
이 환자들은 질환이 점점 심해지다가 치료가 되지 않는 경우 마지막으로 폐이식을 할 수 있다.
―수술을 해야 하는 시기가 있나.
▲폐기능이 떨어져 외부에서 산소를 공급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사람이면 수술해야 한다.
1년에 3~4번 이상 감기에 걸려 폐렴으로 진행되고 폐기능이 50% 이하로 떨어져 있는 경우에도 대상이 된다. 하지만 바로 수술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바로 수술을 할 수 없는 이유는.
▲폐이식을 하려면 뇌사자 등 누군가의 폐를 이식받아야 하는데 공여자와 수술자가 맞아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혈액형도 맞아야 하고 폐 크기도 비슷해야 하고 기관지, 혈관 등도 맞아야 한다. 이 때문에 대상이 되는 환자들은 먼저 병원을 찾아 두 달 간격으로 계속 지켜봐야 한다. 그러다 수술 시기가 되면 공여자를 찾게 된다.
하지만 수술시기에 딱 맞춰서 병원에 오게 되면 공여자를 못 찾아 수술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특히 폐의 경우에는 공여자 100명 중 15%밖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공여자를 찾기 힘들다.
보통 공여자가 오랜 병실 생활로 폐렴이 생겼거나 55세 이상인 경우에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장기기증에 서명하면 인명을 살릴 기회가 많아진다.
―환자 중에 폐이식 대상이었는데 수술을 받지 못한 사람도 있나.
▲9월 기준으로 우리 병원 폐이식 대기자가 9명이었다. 이 중 2명은 수술했고 2명은 대기하다가 사망했다. 사망한 사람 중에는 폐이식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 너무 늦게 병원을 찾아온 사람도 있어 안타까웠다.
―평소에 폐기능이 떨어졌다고 느낄 수 있는 증상이 있나.
▲증상은 숨이 차면서 호흡곤란이 오는 것이다. 등산할 때 숨이 너무 차거나 3~4개 층 계단을 오르기도 힘이 들 때 폐기능 이상을 의심할 수 있다.
6분간 걷기 측정을 해 350m 이상 걸을 수 있으면 이상이 없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중간에 자주 쉰다면 폐기능이 떨어진 것이다.
―폐기능이 떨어진 환자가 마지막에 받는 게 이식인데 성공률은 높은 편인가.
▲수술성공률은 80%가량 된다. 하지만 몸이 거부반응을 일으키면 기관지가 막혀 사망하게 된다.
―국내에서 폐이식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은.
▲세브란스병원 외에도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부산양산대병원 등에서 가능하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