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저림 범인 터널증후군 방치하면 ‘낭패’
2012.12.14 17:55
수정 : 2012.12.14 17:54기사원문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손저림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손은 우리 몸 중에서 노출이 가장 많은 곳이다. 보통 사람들은 추운 날씨에 손저림 증상이 나타나면 말초혈관이 수축돼 혈액순환이 안되거나 뇌졸중의 초기증상으로 생각한다. 이 때문에 혈액순환 개선제를 복용하거나 따뜻한 찜질로 증상을 완화시키려고 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성형외과 김우경 교수는 14일 "겨울철에 발생하는 손저림증도 대부분 혈액순환장애가 아닌 손목으로 가는 정중신경이 눌려 발생하는 '손목터널증후군'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약지 끝 저리면 손목터널증후군
손은 작은 공간에 수많은 신경, 혈관, 힘줄, 인대 등이 모여 있는 곳이다. 따라서 여러 원인에 의해 손이 붓거나 외상, 반복되는 자극, 운동, 각종 염증성 질환에 의해 신경이 눌리는 등 질환이 발생되기 쉽다.
그중에서도 '수근관증후군' 혹은 '손목터널증후군'이라고 불리는 손저림증은 손목을 통과하는 정중신경이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신경 주변의 인대에 눌려서 오는 증상이다. 저린 증상은 주로 밤에 찾아오고, 잠에서 깰 정도로 손이 저리다. 주로 엄지에서 넷째손가락(약지)의 끝이 저리고 아프며 감각이 둔해진다.
손저림 증상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설거지, 청소, 김장과 같은 집안일을 하거나 운전을 하는 등 손을 많이 사용하고 난 후에 주로 손이 저리거나 아픈 정도의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엄지손가락의 힘이 없어지면서 엄지와 손목 사이의 두툼한 근육이 위축돼 쥐는 힘이 약해지고 손바닥 근육까지 위축되기도 한다. 그래서 단추를 잠근다거나 찻잔이나 전화기를 들고 방문을 여는 등의 일상생활에까지 지장을 준다. 심해지면 팔과 어깨까지 저리기도 한다.■목디스크로 손저림증 올 수도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인한 손저림증은 혈액순환장애로 인한 손저림증과는 증상이 약간 차이가 있다.
혈액순환장애는 다섯 손가락이 모두 저리고 발도 저린다. 또한 시린 증상도 함께 나타나며 손끝부터 시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손목터널증후군은 엄지손가락부터 네 번째 손가락 절반 부분까지 저리는 것이 보통이고 손바닥 쪽이 많이 저린다.
손으로 가는 신경은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이 신경 중 어느 것이 손목, 팔꿈치, 목 척추에서 눌릴 수 있다. 어느 신경이 어디에서 눌리는지 진찰과 검사를 통해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근전도 검사를 통해 확진이 가능하다. 손목을 통과하는 정중신경이 눌리는 손목터널증후군이 가장 흔하고 그다음으로 팔꿈치를 통과하는 척골신경이 눌리는 주관증후군이 많이 발생한다.
또 목 디스크나 당뇨병 합병증으로 손저림증이 나타날 수도 있으므로 손저림증이 시작되면 해당 분야의 전문의와 상의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방치하면 장애로 이어져
손목터널증후군의 경우 심하지 않은 초기에는 통증을 완화시켜주는 주사·약물요법이나 손목 부분에 부목을 대 손목의 동작을 제한하도록 고정시켜 치료한다. 하지만 손가락 감각이 둔해지고 마비되거나 손 근육이 위축될 정도로 심한 경우에는 수술을 실시한다. 수술은 손목에서 정중신경을 압박하는 인대를 잘라 저린 증상을 없애는 치료방법이다.
한 손을 수술하는 데 5분이면 충분하며, 손바닥 손금을 따라 2㎝ 정도만 절개하기 때문에 흉터도 거의 없다.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손목터널증후군의 경우 수술 후 완치율이 90% 이상이 넘는다. 그 외 다른 신경압박으로 인해 생기는 저림 현상도 완치율이 높다. 수술 후 열흘이 지나면 일상생활이 가능할 만큼 치료효과가 매우 좋다.
김우경 교수는 "자가 진단으로 손저림증을 방치하거나 잘못된 물리치료와 민간요법으로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손을 영원히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 수 있다"며 "만약 신경이 눌린 채 방치할 경우 그로 인해 근육 위축이나 장애가 오게 되면 나중에 수술하려고 해도 근육의 기능이 영원히 회복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