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1억5천만원’ 급등 시킨 학부모들
서울 서초구 재건축단지
반포 한신1차 아파트와 잠원 대림아파트 이주가 겹치면서 이 일대 전셋값 전체를 끌어올렸어요. 1300가구가 비슷한 시기에 다 이사하다보니 기본 1억원씩은 다 올랐습니다. 서울 반포동 T공인 관계자
서초구 주요 재건축단지인 반포동 한신1차 아파트와 잠원동 대림아파트의 이주 시기가 겹치면서 서초구발 전세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찾은 이들 두 단지 곳곳에서 사다리차를 이용해 짐을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중고 전자제품.가구 등을 수거하는 차량들 역시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신1차 아파트는 오는 2월 말까지 이주를 마친 후 3~7월 철거를 진행, 8월부터는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인근 구두수선방 주인은 "요즘 추운 날씨가 계속되는 가운데 풀리는 날에는 이사를 많이 가는 것 같다"며 "건축심의도 끝나지 않았다는데 이렇게 이주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건축심의 중인 이 아파트는 오는 5월까지 사업시행변경인가를 받아야 한다.
총 790가구인 한신1차는 공급면적 162㎡로 이뤄진 60가구(20.21동)를 제외하고 730가구(92㎡, 105㎡, 109㎡)만 이주에 들어갔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162㎡형(53평) 거주민들이 231㎡(70평) 아파트를 무상으로 달라고 요구하는 데다 한강변으로 배치해달라고 특혜를 요구해 이들만 분할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분할을 위해 100억원에 달하는 변호사 비용이 들었다고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했다.
■반포.잠원 전셋값 급등
신반포상가 내 D공인 대표는 "이주에 앞서 미리 계약에 나서면서 지난해 8월부터 전셋값이 폭등했다"며 "이 일대가 학군이 좋다보니 자녀를 둔 부모들이 인근에 거주하려는 탓"이라고 전했다. 이 아파트 인근에는 반포중, 계성초, 반포초.중, 세화고 등이 위치해 있다.
한신1차 아파트의 바로 옆 단지인 한신3차(109㎡형) 전세의 경우 지난해 8월 말 3억5000만원에서 현재 4억5000만~5억원까지 올랐다. 인근 경남아파트 105㎡형 전세도 비슷한 기간 3억2000만원에서 4억5000만원까지 뛰었다.
지난 11월부터 이주가 한창인 잠원동 대림아파트 일대도 마찬가지다. 인근 한신, 금호, 롯데캐슬 아파트의 경우 6~7개월간 적어도 1억원 이상씩은 올랐다는 것이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총 637가구로 이뤄진 대림 아파트는 현재 40% 정도 이주가 완료된 상황.
대림아파트 인근 R공인 대표는 "근처에 신동초.중학교가 있다보니 자녀를 둔 집주인들이 멀리 떨어진 다른 동네로 이주를 못하고 대부분 여기에서 전세를 구하려다 보니 전셋값이 많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이주 전인 지난해 10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금호베스트빌(공급 101㎡)의 경우 6억원 했던 전세매물이 6억5000만원으로 올랐고 한신아파트의 경우 3억5000만원이 4억5000만원까지 갔다"고 전했다.
잠원동 S공인 관계자는 "이주 중인 대림아파트가 111㎡, 127㎡, 161㎡ 등 대형면적으로 이뤄지다보니 이 일대 대형면적 아파트 전셋값이 많이 올랐다"며 "인근 한신아파트의 경우 3억원 했던 전세물건이 4억원, 3억9000만원 했던 것이 5억5000만원까지 올랐다"고 설명했다. 또 "금호나 롯데캐슬의 경우 전반적으로 1억5000만원 이상씩 올랐다"고 덧붙였다.
■"전셋값, 이미 오를 만큼 올라"
중개업계는 오른 전셋값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더 상승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이 지역에서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은 다 구했고 남은 이주가구의 경우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수요라는 것. 이와 함께 겨울 이사를 꺼린 탓에 미리 옮긴 사람들이 많아 전셋값이 이주 시점 이전부터 올랐다는 설명이다.잠원동 T공인 관계자는 "한동안 올랐던 전셋값이 지금은 도리어 주춤하는 기색"이라며 "이주가구가 아직 남았지만 이 지역에서 전세를 구할 사람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반포동 한신1차 인근의 D 공인 대표 역시 "꼭 이 일대에서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9호선을 타면 세 정거장만에 갈 수 있는 흑석동으로도 많이 이주하고 있다"며 "전셋값 추가상승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