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앞에선 종교인도 “꼼짝 마”

      2013.01.08 17:08   수정 : 2013.01.08 17:08기사원문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은 "세상에 확실한 것은 죽음과 세금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버드 대학의 그레고리 맨큐 교수는 '맨큐의 경제학'에서 "1920년대 미국 암흑가를 주름잡던 알 카포네는 프랭클린의 조언을 귀담아듣지 않은 모양"이라고 말했다. 카포네를 감옥에 가둔 것은 결국 탈세죄였다.

세금은 죽음만큼 무섭다. 부자들은 세금을 덜 내려고 별의별 수단을 강구한다.

프랑스의 유명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는 최근 러시아로 '세금 망명'을 신청했다. 프랑스 정부가 연간 100만유로(약 14억원) 초과 소득에 대해 75%의 무거운 세금을 물리려 하자 러시아로 줄행랑을 놓은 것이다. 러시아는 카펫을 깔았다. 드파르디외는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러시아 여권을 건네받는 영광을 안았다.

임기가 채 두 달도 남지 않은 이명박 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르면 이달 안에 종교인에게 근로소득세를 물리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해방 이후 목사·신부·스님들은 소득세를 내지 않았다. 법이 그렇게 정한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관행이 됐다. 차제에 정부는 시행령에 종교인 과세 항목을 정식으로 삽입할 계획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다. 종교계의 과세 저항도 예전보다 누그러졌다. 천주교 신부들은 이미 스스로 소득세를 내고 있고, 개신교단 쪽에서도 많은 목회자가 납세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다만 과세하되 성직의 특수성은 충분히 고려했으면 한다.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 38조 1항은 근로소득의 범위 안에 17가지를 죽 나열한다. '종교인이 받는 급여'를 여기에 추가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인 듯하다. 종교인들은 자신의 거룩한 봉사활동이 '돈벌이'로 취급받는 것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낀다. 그래서 목사가 받는 돈은 월급이 아니라 사례비다. 정부는 종교인 과세를 38조 1항에 대충 끼워넣을 게 아니라 별도 조항을 신설하는 '성의'를 보일 필요가 있다.

저소득 종교인에 대한 배려도 따라야 한다. 사실 고소득 종교인보다는 면세점 이하의 저소득자들이 더 많다. 이들에겐 국민연금, 실업급여, 기초생활보장 등 저소득층을 위한 각종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

프랭클린의 잠언은 옳았다. 종교인들도 세금을 피해갈 순 없다.

성경 말씀 한 자 한 획도 틀린 게 없다. "가이사(카이사르)의 것은 가이사에게 바치라."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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