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김두현, “주장으로서 살신성인 할 것”

      2013.02.04 15:04   수정 : 2013.02.04 15:04기사원문


4일 일본 가고시마에서 진행 중인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전지훈련장.

주장 김두현(31)이 3시간 가까이 진행된 강도 높은 오후 훈련을 마치자 신입 외국인 선수 핑팡(26)에게 다가갔다. 브라질 통역을 대동하고 한참을 이야기하더니 핑팡이 고개를 끄덕이자 어깨를 두드리고 나왔다.

이날 핑팡은 실전처럼 치러진 자체 전술 훈련용 연습경기에서 상대팀으로 나선 이종민에게 강한 태클을 했다. 앞서 그가 다른 선수에게 태클당한 것에 분을 이기지 못하고 엉뚱한 이종민에게 보복성 반칙을 한 것.

김두현은 그에게 “실제 경기에서 그랬다면 퇴장이다. 그런 상황이라면 너는 물론 팀도 엄청난 손해를 입는 것”이라며 단단히 타일렀고, 주장의 ‘일리 있는’ 말에 핑팡도 자신의 경솔함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주장 김두현의 적극적인 리더십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지난 2001년 수원에 입단한 프랜차이즈 스타 김두현이 팀의 화합과 조직력 극대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시즌 개막 주장으로 선출된 김두현은 하나 된 수원을 위해 앞장서서 희생하고 있다.

김두현은 “그동안 ‘레알 수원’으로 불리면서 선수들이 자기 잘난 것만 믿고 경기를 하는 모습이 있었다”며 “그렇게 해서는 비전이 없다. 조직이 살아야하고 희생할 줄 알아야 한다. 팀다운 팀을 위해 과거의 모습은 다 버리고 나도 주장으로서 살신성인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동계훈련 일정을 소화하면서 팀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즐거우면서도 진지한 축구를 하자”는 서정원 감독의 주문과, 앞장서서 팀을 이끄는 주장이 팀 분위기를 잡아주니 훈련장 분위기는 뜨거운 열의가 넘친다. 또한 올 시즌 선수단의 변화도 크지 않아 조직력은 더 단단해져가고 있다.

김두현은 2013시즌에 충분히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챔피언 서울이 건재하고 전북이 폭풍 영입으로 우수 선수들을 쓸어갔지만 수원에는 하나 된 조직력이 있어 이겨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시즌을 치르면 항상 고비가 오기 마련인데 조직력이 있는 팀만이 그것을 딛고 일어선다”며 “우리 팀 선수들의 개개인 능력이 떨어지지 않고, 위기를 이길 밑거름을 잘 만들고 있기 때문에 올 시즌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수원의 전술적인 운영에서도 김두현의 역할은 크다. 패스 중심의 공격 지향적인 플레이를 하겠다는 서정원 감독의 전술을 그라운드에서 실현하려면 중원을 책임지는 김두현이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는 “볼 소유를 하고 패스를 하면서 상대의 허점을 노리기 위해서는 템포조절이 중요하다”며 “조직적이면서도 패스를 통해 기회를 만드는, 원래 수원이 하려고 했던 축구를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2년간 경찰청에서 뛰다 지난 해 가을 팀에 복귀한 그는 정신적으로 한 단계 더 성숙해졌다. 김두현은 “주목받지 못하고 힘들게 축구하다 입대한 후배들을 보면서 주위를 돌아보게 됐다”며 “경찰청에 입대한 뒤 그들의 아픔을 공감했고, 새삼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받으면서 축구하는지 알게 됐다. 향후 지도자가 됐을 때 그곳에서의 경험이 좋은 자산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경찰청 소속으로는 최초로 국가대표팀에 뽑혀 최강희호에 승선하기도 했던 그는 태극마크 도전의 꿈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김두현은 “대표팀 경계에 있는 선수들의 꿈은 모두 같을 것이다”며 “팀에서 잘 하다보면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베테랑 주장 김두현의 희생과 도전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syl015@starnnews.com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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